

우루과이의 정치적 전환과 경제적 과제
야만두 오르시의 취임과 좌파 정부의 복귀
우루과이는 좌파 성향의 야만두 오르시(Yamandu Orsi) 전 카넬로네스(Canelones) 시장이 우루과이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정치적 전환기를 맞이했다. 57세의 역사교사 출신인 오르시 대통령은 2025년 3월 취임식에서 사회안전망 강화와 경제 침체 극복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우루과이의 좌파 연합 광역전선(Broad Front)이 5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것을 의미한다.
광역전선은 온건파, 공산주의자, 강경 노조주의자들이 연합한 중도좌파 정당으로,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5년간 집권하며 우루과이의 경제성장과 빈곤감소를 이끌었다. 특히 이 기간 동안 낙태 합법화, 동성결혼 허용, 대마초 합법화 등 진보적인 사회 개혁을 추진하여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오르시 대통령의 취임식에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acio Lula da Silva) 브라질 대통령,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 콜롬비아 대통령, 가브리엘 보리치(Gabriel Boric) 칠레 대통령 등 남미의 좌파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는 우루과이가 남미의 진보 진영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임을 시사한다.
취임 연설에서 오르시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배타적 논리가 만연한 시기에 우리의 민주적 성과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며 "우리는 항상 정치적 경쟁자일 수는 있어도 결코 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아르헨티나에서 엘살바도르에 이르기까지 남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우경화 현상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 성장과 사회적 불평등 해결을 위한 노력
우루과이 경제는 2024년에 3.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이는 전년도 심각한 가뭄으로 인한 경제 침체에서 벗어난 결과다. 특히 농업 생산량 증가, 수력발전 확대, 무역 활동 증가, 펄프 생산 증대가 경제 회복을 견인했다.
그러나 오르시 정부는 여전히 많은 경제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실질임금 상승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노동조합 연맹인 PIT-CNT는 산업 위기와 노동 갈등으로 인한 임금 하락 문제 해결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오르시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는 빈곤 문제 해결, 특히 아동 빈곤 해소가 꼽힌다. 또한 공공 보건 시스템 개선과 전문 의료 서비스 및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 향상도 중요한 과제다. 이러한 정책들은 확대전선이 채택한 프로그램의 핵심 내용이며, 오르시 대통령도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2025년 우루과이의 경제성장률이 2~2.5% 수준으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가뭄 회복에 따른 일회성 효과가 사라지면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현상이다. 특히 가계 소비 부진과 투자 감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오르시 정부는 이러한 도전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신중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전임 정부의 긴축 정책을 완화하라는 좌파 지지층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 발전에 필요한 경쟁력 강화도 추진해야 한다. 이는 분열된 연립정부 내에서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라과이의 경제적 자유와 국제 협력 강화
파라과이의 경제자유지수 상승과 그 의미
파라과이는 최근 발표된 경제자유지수(ILE: Índice de Libertad Económica)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이 발표한 2025년 경제적 자유 지수에서 파라과이는 65.2점을 기록하며 전 세계 59위, 미주 32개국 중 1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역 평균인 59.4점과 세계 평균인 59.7점을 모두 상회하는 수치로, 파라과이 경제가 '적절한 수준의 자유'를 누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파라과이가 전년 대비 5.1점이나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진전의 핵심 요인으로는 산티아고 페냐(Santiago Peña) 파라과이 대통령 정부가 추진한 민간 부문 강화 정책과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한 개혁이 꼽힌다. 실제로 파라과이는 2023년 국내총생산(GDP) 4.7% 성장과 4억 7,400만 달러(약 6,775억 원)의 해외직접투자 유치를 달성했다.
파라과이 싱크탱크 파라과이개발연구소(IDPPS: Instituto de Desarrollo del Pensamiento Patria Soñada)는 이러한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 수년간 경제자유지수를 분석하고 파라과이 관련 내용을 중점적으로 연구해온 결과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파라과이가 경제적 자유를 더욱 증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법치주의 강화, 재산권 보호, 사법 효율성, 정부 청렴도 등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노동시장의 자유와 금융 포용성 확대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IDPPS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파라과이와 필리핀의 경제 협력 강화
파라과이는 최근 필리핀과의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비에르 비베로스(Javier Viveros) 파라과이 수출업진흥청(Rediex: Red de Inversiones y Exportaciones) 차관과 그레이스 크루즈 파벨라(Grace Cruz Fabella) 주아르헨티나 필리핀 대사는 최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양국 간 경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헬레나 펠리프(Helena Felip) 파라과이 대사도 참석했다.
회담에서는 양국 간 협력 기회와 기업 교류 확대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으며, 주요 협정을 포함한 실질적인 업무 일정이 수립되었다. 이는 파라과이가 새로운 시장 개척과 지역 내 혁신적인 비즈니스 허브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파라과이의 육류 수출 확대를 위한 노력이다. 파라과이는 2023년 12월 필리핀으로부터 위생 인증을 획득했으며, 현재 필리핀 동물관리국(BAI: Bureau of Animal Industry)의 파라과이 육류가공시설 14곳에 대한 실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를 통해 파라과이 육류의 필리핀 수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협력 강화는 비베로스 차관의 2025년 2월 마닐라 방문 시 이루어진 필리핀상공회의소(PCCI: Philippine Chamber of Commerce and Industry)와 국제무역전시미션센터(CITEM: Center for International Trade Expositions and Missions)와의 회담 결과를 더욱 구체화하는 것이다. 당시 논의된 양국 간 시장 개방과 협력 확대 방안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루과이의 외교 정책과 지역 통합
우루과이의 외교적 역할과 평화 구축 노력
우루과이는 남미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요한 외교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마리오 루베트킨(Mario Lubetkin) 우루과이 외무부 장관은 취임 첫날부터 우루과이가 "평화의 주체"가 되어 전 세계적인 긴장 완화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우루과이는 메르코수르(Mercosur)을 전략적 통합의 장으로 인식하고, 모든 회원국이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루과이는 중남미·카리브해 국가공동체(CELAC: Community of Latin American and Caribbean States)와의 관계 개선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알베르트 람딘(Albert Ramdin) 수리남 외무부 장관을 미주기구(OAS: 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 사무총장 후보로 지지하는 등 지역 기구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룰라 다 실바(Lula da Silva) 브라질 대통령이 오르시 대통령을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초청한 것은 우루과이의 외교적 위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이는 우루과이와 주요 신흥국들 간의 대화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양자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받고 있다.
우루과이는 미국과의 관계 강화도 중요시하고 있다. 루베트킨 장관은 미국과 최상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국가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수의 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중동을 비롯한 역외 지역에서도 대화의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국제 지도자들과의 협력 및 관계 강화
2025년 3월 1일, 오르시 대통령이 우루과이 제43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우루과이는 새로운 외교 관계의 장을 열었다. 베르나르도 아레발로(Bernardo Arévalo) 과테말라 대통령은 우루과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루과이는 대륙의 민주주의적 안정성의 등대이며, 국민의 복지를 위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국가"라고 평가했다.
루이스 아비나데르(Luis Abinader) 도미니카 공화국 대통령은 오르시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여 펠리페 6세(Felipe VI) 스페인 국왕, 산티아고 페냐(Santiago Peña) 파라과이 대통령 등과 회담을 가졌다. 이 회담들에서는 문화, 교육, 관광, 경제 개발, 인프라, 기술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이 논의되었다.
특히 아비나데르 대통령의 방문단에는 델리네 아센시온(Deligne Ascensión) 도미니카공화국 전 공공사업부 장관, 피델 산타나(Fidel Santana) 우루과이 주재 도미니카 대사 등이 포함되어 있어, 인프라와 무역, 외교 관계, 입법 협력 등 구체적인 분야에서의 협력 프로젝트를 논의할 수 있었다.
우루과이의 이러한 외교적 노력은 메르코수르와 유럽연합(EU) 간의 협정 체결을 위한 작업에도 반영되고 있다. 루베트킨 외무장관은 "메르코수르의 도전 과제를 잘 알고 있으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협정 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우루과이가 지역 통합을 넘어 글로벌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작성자: 이혜빈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