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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말레이시아와 동남아 국가의 군비 증강 추세

말레이시아 이재현 국립외교원 - 2012/07/23

■ 최근 몇 년 사이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주요 국가에서 눈에 띄는 군비 증강 추세가 나타나고 있음. 특히 최근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의 긴장, 미국과 중국의 동남아 지역에서 경쟁 등의 외부 변수로 인해 동남아 국가들의 군비 증강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음.

- 세계적인 군사, 군축 문제 연구기관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 SIPRI)에 따르면 동남아의 국방예산은 2012년 13.5% 증가하여 245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으며, 2016년까지 전체 동남아 국가의 국방예산은 4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함.
- 동남아 지역에서 군비 증강 추세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국가는 군의  규모는 작지만 첨단 무기와 시스템 구입을 주도하고 있는 싱가포르임. 이어 큰 군대 규모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 역시 꾸준히 군비를 증가하며 무기체계를 향상시키고 있음. 말레이시아도 2000년대 이후 급격히 군사비 지출을 늘리면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군 장비와 무기를 도입하고 있음. 이에 따라서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군 조달 시장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도 높아지는 상황임.

 


 

 

■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국가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큰 군을 필요로 하지 않았으며, 냉전기에 외부의 지원을 통해 국가 방위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기 때문에 과거 큰 규모의 군을 유지하거나 많은 국방 예산을 지출하지 않았음.

- 말레이시아는 독립 초기부터 말레이시아, 영국,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가 참여한 5개국 방위협정(Five Powers Defence Arrangement)에 의해서 국가 방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었음. 
- 독립을 전후로 공산주의의 위협을 있을 때도 말레이시아 군은 영국군과의 연합작전으로 공산주의 위협에 대처하는 등 안보 문제 해결을 외부에 많이 의존해왔음.
- 아울러 냉전이 시작된 이후 동남아 지역에서 대 공산주의 봉쇄정책의 일환으로 미국에 의한 간접적 방위가 이루어져왔기 때문에 특별히 군비 지출을 늘려 국방력을 키울만한 유인이 없었음.
- 싱가포르 역시 초기부터 안보 문제는 외부로 부터의 침입에 대한 대비보다는 경제성장을 통한 생존의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었고 말레이시아와 마찬가지로 5개국 방위협정, 냉전의 보호막이 안보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해 주었음. 

 

■ 이런 과거의 흐름과 다르게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몇몇 국가에서 최근 국방 예산과 지출이 증가한 것은 다음의 몇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음.

- 우선 냉전의 종식으로 인해 냉전시기에 존재했던 미국의 동남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과 보호막이 약해진 것이 원인으로 작용함. 말레이시아의 경우 5개국 방위협정을 넘어서 자주 국방을 추진하고 있으며, 필리핀, 태국 등 미국의 동맹 국가에서 미국의 대 동남아 관여가 약해지면서 자주 국방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 등이 원인임.  
- 또한 1990년대 중반 이후 동남아의 몇몇 국가들에서 급속한 경제성장이 긴급한 국내 문제를 해결하고 국방 쪽으로 예산을 돌릴 수 있게 했음. 특히 싱가포르의 경우 충분한 경제적 자원으로 군 병력보다는 첨단 무기와 장비의 구입에 많은 예산을 소요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역시 빠른 경제성장으로 늘어난 재원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임.
- 아울러 최근 중국의 부상, 그리고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보여주는 자기주장 강화 (assertiveness)에 따라 중국의 군사력에는 맞서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자기 방어를 위해 군사력을 증강시킬 필요가 커졌음.

 

■ 최근 10여 년간 말레이시아의 군비 증강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왔으며 말레이시아의 해외로부터의 무기 및 군 장비 획득은 여타 미국에 의존적인 국가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임.

- 2000년 말레이시아의 군 예산은 19억 달러에서 2008년 34억 달러까지 증가했으며, 이후 다시 감소하여 2010년에는 27억 달러를 기록했음. 이는 말레이시아 정부 예산의 약 6~8%에 해당하는 수준임.  -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말레이시아의 무기 수입액은 총 53억 3500만 달러 정도로 추산되며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에서 한국, 중국, 싱가포르, 호주, 미국에 이어 6위를 차지하고 있음. 또한 세계 무기 시장에서 순위도 13위에 달하는 큰 구매자임.
- SIPRI의 보고에 따르면 2000-04년 기간과 2005-09년 기간을 비교해 볼 때 외국으로부터 무기 수입이 인도네시아는 84%, 싱가포르는 146% 증가한 반면 말레이시아는 722%의 증가를 보임.
- 말레이시아의 최근 무기 수입을 보면 금액 기준으로 전체의 약 50%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그 외 다른 주요 도입 국가도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임.
- 한국, 호주, 싱가포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이 주로 미국제 무기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반면 말레이시아의 무기 수입은 미국 외 다른 국가에 의존하고 있는 특징이 있으며 이는 미국 의존적이지 않은 말레이시아의 외교정책 노선과 상당히 유사한 특징임. 

 

■ 한편, 이런 빠른 군비증강 속에 국내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있으며 특히 무기 도입 과정에서 투명성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고 군비 증강에 대한 국내적 반대의 목소리도 있음.

- 지난 몇 년간 말레이시아 외국으로부터 도입한 주요 무기들을 보면 2척의 스콜핀 (Scorpene) 잠수함, 18대의 수호이 30 전투기 도입 계약 체결, Airbus의 군 수송기 구입(약 4억 달러) 등이 있음. 
- 특히 말레이시아의 국방 예산이 크게 증가한 것과 고가의 군 장비 및 무기를 구입하는 것은 주로 현재 총리로 있는 나집 라작(Najib Razak)이 국방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2002년 이후 집중되어 있으며 지금도 지속되고 있음.
- 이런 최근의 고가 무기 도입, 특히 나집 총리의 국방장관 시절 무기 도입과 관련한 불투명성과 스캔들이 국내적으로 점점 큰 문제가 되고 있음.
- 대표적으로 최근 야심차게 도입된 스콜핀 잠수함의 경우 실제로 잠수를 하지 못하는 결함이 나타났으며, 이 잠수함 도입을 위해 국내 컨설팅 회사가 지나치게 많은 컨설팅 비를 받은 의혹, 수호이 전투기 도입과 관련하여 전 총리의 친인척이 수호이 전투기 계약 관련 이권 개입에 관한 의혹이 있음.

 

■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방산 시장은 주변 정황과 경제적 여건을 감안할 때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유망한 시장임. 그러나 한국이 동남아 방산 시장에 진출할 경우 말레이시아의 경우 주요 무기 도입선이 한국과 다른 점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장비의 호환성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음. 또한 무기 도입과 관련된 부정부패 의혹에 연루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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