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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ASEAN 역내 갈등 남중국해 이슈와 인도네시아 왕복외교(shuttle diplomacy) 노력

인도네시아 최경희 한국동남아연구소 정회원 2012/08/10

인도네시아 유도요노(Susilo Bambang Yudhoyono) 대통령은 2012년 7월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된 제45차 아세안 외무장관회의(AMM: ASEAN Ministerial Meeting) 결과에 대한 실망의 입장을 제출했다. 1967년 창립 이래, 공동성명(joint communiqu)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최초의 회의가 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동성명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결과 그 자체가 중요한 것도 있겠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이러한 회의 결과는 ASEAN의 미래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 회의 결과에 대한 인도네시아 국가의 정치적 판단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ASEAN이 지역 내 이슈를 해결하는데 있어 더 이상 단일한 입장을 도출해 낼 수 없다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하면서 이 회의결과에 대한 미디어의 논평은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판단은 언론의 부정적 견해와 달리 하면서도, 현재의 상태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 ASEAN의 미래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엄중히 판단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는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인도네시아 외교장관 마르띠 나딸레가와(Marty Natalegawa)를 긴급 파견하였다. 관련 당사자국가들과 만나서, 최소한 앞으로 11월에 있을 아세안 정상회의(ASEAN Summit) 전에는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의견을 조정하는데 노력을 집중했다. 

 

바로 이번 AMM 회의를 어렵게 한 의제가 남중국해(South China Sea) 이슈이기 때문이다. 외형적으로 보이는 문제는 필리핀과 베트남이 제안한 내용을 AMM 의장국인 캄보디아가 거부한데서 시작되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남중국해를 둘러싸서 필리핀과 중국, 베트남과 중국이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여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세안 회원 국가인 캄보디아는 중국과의 관계 때문에 필리핀과 베트남이 제안한 내용을 합의하지 않는 형국처럼 보이고 있다. 그래서 비난의 화살이 캄보디아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러한 회의 결과가 캄보디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이 분명 존재한다. 중국의 의견과 입장을 조정할 수 있는 캄보디아의 어려움은 지난 4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도 시작된 것이고, 또한 ASEAN이 경제적 차원에서 현 단계 캄보디아에게 도움을 주는 것보다 중국이 캄보디아에게 현실적으로 미치는 경제적 영향력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캄보디아로서 ASEAN 회원국의 입장을 확실하게 선택하기에는 ASEAN은 캄보디아에게 구체적인 실체가 되지는 못하였다는 것이다. ASEAN 회원국으로서 장기적인 이해관계를 선택할 것인가, 현재 구체적으로 가시화된 단기 이익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캄보디아의 고민이 현실적으로 작용하였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도네시아는 이 사안에 있어서 아세안 5개 국가들을 돌아다니면서 -마닐라, 하노이, 프놈펜, 쿠알라 룸프르 그리고 싱가폴-합의를 이끌어내는 외교를 펼쳤다. 인도네시아는 이 사안에 있어서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해당사 국가들의 의견을 조율하는데 있어서 적합하다는 판단이 이전부터 존재했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이번 왕복 외교(shuttle diplomacy)의 결과는 남중국해 사안에 폭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앞에서도 간단하게 언급한 것처럼, 동남아시아 지역적 차원이나 세계적 차원에서 남중국해를 둘러싼 본 AMM 회의결과와 이후의 과정이 시기적으로 ASEAN의 진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ASEAN 중심성(Centrality)의 향방과 둘째, G2 시대, ASEAN의 영향력 문제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첫째와 둘째는 상호연결 되어있고, 현재 그 중심에 남중국해 이슈가 있다. ASEAN 중심성이라고 한다면, 2010년 하노이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ASEAN 중심성이라는 명제를 새롭게 제시했는데, 지리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중심에 ASEAN이 있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중심적인 역할과 추동력을 갖는 ASEAN의 위상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을 현 단계 남중국해 이슈와 같이 ASEAN 역내 회원국과 역외 가장 핵심적인 외부자인 중국과의 이해관계가 복잡할 때, 즉 ASEAN 회원 국가들이 역외 국가들과의 양자관계의 이해관계를 득실을 고려하면서도, 단기적인 손해에도 불구하고 ASEAN 회원국으로서 ASEAN을 중심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고 선택할지가 주목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현재 다층적 다자관계의 국제관계 구도를 말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G2 시대임도 분명하다. 무엇보다 중국과 미국의 파워게임은 아시아 지역에서 경쟁적으로 존재한다. G2 시대 ASEAN이 공백으로 존재할 것인가, 실질적인 국제무대의 행위자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가가 관건적으로 존재하는 지금의 현실에서 남중국해를 둘러싼 ASEAN의 단일한 입장과 행동 그리고 이것에 기초한 ASEAN의 외교는 아시아는 물론 세계무대에서 ASEAN의 실질적 영향력에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인도네시아는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이번 AMM 회의 결과가 앞으로 ASEAN의 일치성과 단결성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고 판단하였고, 그래서 다음 단계 합의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외교에 노력하고 있다.  
 
또한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해결능력은 ASEAN이라는 지역기구가 조직의 진화 측면에서도 또 하나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지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ASEAN이 1967년 창설될 때, 가장 기본적인 조직형성 동력은 불안정한 세계 및 지역정세로부터 ‘국가의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외형적 지역질서를 만들어내기 위한 창립국가들의 공동의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 이후 탈냉전과 민주화, CLMV 국가들의 회원국 가입과 경제위기 극복과 경제교류의 가속화로 나타난 ASEAN은 2007년 이후 조직으로서 질적 비약을 이루었다. 현 단계 정부 간 조직이자 지역기구로서 ASEAN이 한 단계 심화되기 위한 단계는 ‘합의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이 갖추어질 때이고, 이러한 단계는 바로 ‘갈등’을 해결하는 추상에서 구체로의 상승의 능력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현 단계에서 인도네시아는 ASEAN이 남중국해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더 진전된 구체적 합의로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관련 법적 수준의 차원으로 1982년 유엔 해양법(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과 2002년 11월에 관련 당사국들이 사인한 남중국해 행동선언(DOC: Declaration on the Conduct of Parties in the South China Sea)이 이미 있고, 작년 2011년 말 DOC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ASEAN과 중국 사이의 협약이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2012년에는 이전 단계보다 좀 더 구체적인 행동계획의 구체화를 통해서 실천할 수 있는 단계로 진입해야 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인도네시아는 외교 강국이라고 평가된다. 물론 민주화 이행 시기 동안 국내문제에 집중했던 시기를 제외하고 1945년 독립이후 약소국이지만 신생독립국가로서 독자적이고 적극적인 외교를 보여주었던 경험과 그리고 2004년 이후 민주화 이행 이후 역동적인 균형외교(Dynamic Equilibrium)전략으로 그 역할을 더해가고 있다. 역동적인 균형 외교 전략이란 외교이슈에 따라 다양한 전략적 전술적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강대국에 종속적이지도 않고, 경로 의존적이지도 않으며 구체적 상황에 대한 구체적 판단으로 이슈별로 다양한 외교관계를 형성해 내는 것이다. 즉, 현 시기 2012년 7월에 있었던 AMM 회의 이후 인도네시아가 보여준 왕복외교(shuttle diplomacy), 다시 말하자면 관련 당사국들을 왔다 갔다 하면서 소통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노력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들이 ‘갈등’을 ‘조정’과 ‘협력’으로 해결하기 위한 외교노력이 ‘수사(rhetorical)’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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