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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정치] 2010년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 분석

우크라이나 국내연구자료 학술논문 허승철 /Hur, Seung-Chul 한국러시아문학회 발간일 : 2017-10-18 등록일 : 2017-10-18 원문링크

2010년 우크라이나 대선은 야당 후보 야누코비치의 승리로 끝이 났다. 오렌지 혁명으로 대통령에 오른 유센코 대통령은 재임 도전에 실패하고, 오렌지 혁명 당시 정치적 동지였던 티모센코도 2차 선거에서 패배함으로써 친서방 외교 정책과 대내적 개혁을 내세운 오렌지 진영의 정치 실험도 막을 내리게 되었다. 선거의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은 유센코 정권 5년 내내 지속된 오렌지 세력의 내분과 2008년 말 시작된 경제 위기라고 볼 수 있다. 결선 후보자로 오른 티모센코는 1차 선거에서 유센코를 제압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그를 너무 약화시켜 오렌지 지지 세력의 표를 많이 잃은 것이 패인으로 작용하였다. 유센코는 선거 후 연정 구성 참여에 대한 헛된 기대를 가지고, 티모센코보다는 야누코비치의 당선을 돕는 실책을 범해 오렌지 세력의 재집권을 가로막은 현직 대통령으로 기록에 남게 되었다. 또한 2008년 말 시작된 경제 위기는 티모센코의 패배를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고, 경제 위기 속에서 총리직을 유지하며 경제 실정에 대한 책임을 떠안은 것은 티모센코의 전략적 실책임이 드러났다. 또한 외부적으로 보면 러시아가 오렌지 혁명에서의 실패를 거울삼아 한층 섬세해진 대선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친 반면, 미국은 오바마 정권 등장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극적 지원 정책을 펴지 않은 것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0년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난 중요한 변화와 시사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1994년, 2004년 선거에 이어서 대선에서 다시 한 번 야당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고, 오렌지 혁명 때와 같은 사회적 혼란이나 소요가 없이 평화적으로 선거 절차와 정권 인수가 이루어짐으로써 우크라이나 정치 문화가 짧은 기간 안에 괄목할 수준으로 성장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여타 CIS권 국가의 정권 승계, 교체 과정과 비교하면 예외적으로 성숙된 정치 문화로 평가할 수 있고, 우크라이나의 정치 수준과 문화는 구소련권 국가들보다는 동유럽권 국가들에 더 근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국제사회가 큰 이견 없이 인정할 수 있는 공정한 선거 운동, 투표, 집계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선거 문화도 빠른 속도로 발전되어 성숙 단계에 도달하였음을 보여주었다. 셋째로, 독립 이후 지속된 동-서의 대립과 박빙의 균형적 세력 분포의 양상이 다시 반복되어, 지역적 정치 균열의 극복이 우크라이나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여 주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지역적 분할 양상이 약화되고, 계층별 지지 분화 양상이 좀 더 선명해 진 것은 정치적 분열 극복의 가능성을 다소나마 보여준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할 수 있다. 넷째, 티키프코, 야쩨뉵 같은 신세대 정치인의 빠른 부상과 선전은 세대 교체론이라는 새로운 정치적 바람의 시작과 3두 정치인 시대의 마감을 보여준다. 다섯째로 대외적으로 친서방 일변도의 정책을 취한 오렌지 정권이 단임으로 일단 끝남으로써 우크라이나의 대외 노선은 친서방-친러시아 정책 사이의 작용-반작용적인 공방과 견제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고, 대외 정책을 둘러싼 국론 통일은 단기간 안에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2010년 대선의 승자는 야누코비치이지만 선거 결과의 여러 양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 그가 안정적인 정권 운영을 보장하는 결정적인 정치적 승리를 얻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차 선거에서 50%에 미치지 못하는 지지율로 당선되어 정치적 위임권(mandate)이 약하고, 우크라이나의 정치 구도에서 개혁ㆍ친서방 세력이 아직도 우세한 것이 선거의 여러 지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로 우크라이나가 과거로 회기하거나 일방적 친러시아 노선을 취할 것으로 예단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다. 만일 야누코비치와 집권당인 지역당이 친서방-친러시아, 보수회귀-개혁진보 세력 사이의 섬세한 균형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친러시아 정책을 펼치면, 거센 국민적 저항에 부딪쳐 정치 혼란이 지속될 것이고, 시간이 갈수록 정권의 기초도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야누코비치 정권의 국내 정책은 쿠치마 시대의 반복이 될 가능성이 크고, 과감한 부패 척결 등의 개혁 정책의 시도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로 유센코는 우크라이나 정치 무대에서 영향력을 완전히 잃게 되었고, 티모센코는 상황의 변화와 자신의 변화에 따라 정치적 재기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티모센코는 이번 선거에 패인으로 나타난 여러 결점들을 보완하고 새로운 정치적 행보를 해야 다음 대선에서 승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5년 뒤 대선에서 티모센코가 다시 강력한 주자로 나설 것인지 아니면 티기프코나 야쩨뉵 같은 차세대 정치인이 대통령이 될 것인지는 앞으로 시간을 두고 관측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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