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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지역] 범아시아철도망의 가능성과 한계

러시아ㆍ유라시아 일반 국내연구자료 학술논문 심재웅 LG경제연구원 발간일 : 1996-10-17 등록일 : 2018-10-04 원문링크

철도를 통해 아시아를 하나로 연결한다는 구상은 이미 35년전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이러한 구상은 그동안 아시아 지역의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아시아지역의 정치적 안정과 관련 국가들의 눈부신 경제성장에 힘입어 철도를 통해 ‘하나의 아시아’를 건설하자는 범아시아철도망 구상이 새롭게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ASEM 회의에서 제안

원래 범아시아철도망 건설 구상은 싱가포르에서 중국 운남성(윤난지방)의 쿤밍까지를 철도망으로 연결하자는 ASEAN 중심의 계획으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지난 3월 방콕에서 개최된 아시아-유럽 정상회담(ASEM)을 계기로 동구상은 중국대륙 전체, 인도, 한반도, 유럽 등으로 연결되는 거대 프로젝트로 격상되었다. 아시아 경제권과 유럽 경제권의 교류·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양 지역을 철도로 연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된 것이다.

관련국들의 적극적인 관심 속에 추진

정치경제적 중요성으로 인해 인도차이나와 ASEAN 국가들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한국 등의 동북아 국가들을 비롯해 카자흐스탄, 키르키즈스탄 등 과거 사회주의권에 있던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환영 의사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북한도 작년 10월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를 활성화하기 위해 범아시아철도망 건설계획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범아시아철도망의 경제적 의의

범아시아철도망은 크게 세 개의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한반도-중국-몽고-카자흐스탄-러시아를 연결하는 북부회랑(nothern corridor), 방글라데시-인도-이란-네팔-파키스탄-스리랑카를 연결하는 남부회랑(southern corridor), 그리고 인도차이나와 ASEAN 지역을 포괄하는 싱가포르-쿤밍 루트(또는 ‘ASEAN-메콩 경제권 철도’라고도 불림)가 그것이다. 이들 지역의 공통적인 특징은 전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활기를 띠고 있는 주요 신흥시장들을 포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범아시아철도망 건설이 가져올 가장 뚜렷한 경제적 이득은 아시아 역내 뿐만 아니라 아시아-유럽간의 운송거리를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KTM(말레이시아 철도청)의 운영이사 Abdul Rahim은 유럽과 동아시아를 연결하는 북부회랑의 경우 운송시간을 최대 2주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국내적으로 보면, 서울-평양-신의주 구간 또는 서울-평양-나진·선봉 구간의 철도망이 개통될 경우 남한과 유럽 사이의 운송거리는 현재의 선박운송 루트에 비해 절반 가량으로 줄어들게 된다. 장기적으로 한반도의 철도는 TKR(한반도 통과 철도망), TCR(중국 횡단철도), TSR(시베리아 횡단 철도)등 세가지 루트를 통해서 범아시아철도망과 연결될 수 있는데 모두 해상운송보다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직접적으로는 운송비용이 절감되며 간접적으로는 우리 기업의 대상국가들에 대한 투자유발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차이나가 핵심지역

현재 신구간 건설규모나 기존구간의 개보수 규모로 볼 때 범아시아철도망 프로젝트의 핵심은 인도차이나 지역이 될 것이다. 이 지역의 범아시아 철도망 프로젝트는 기존 메콩강유역개발공사(GMS)프로젝트의 일부분을 구성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실질적인 철도망 건설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인도차이나 지역은 과거 정정불안으로 인해 범아시아철도망 계획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던 지역이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베트남을 필두로 한 메콩강 유역 국가들이 과감한 경제개혁과 정치안정화를 추진하면서 이 지역은 새롭게 깨어나는 ‘기회의 땅’이 되었다. 현재의 높은 성장활력만이 아니라 풍부한 부존자원과 지리적 입지로 인해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앞으로 동남아시아와 세계경제 전체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도차이나 지역은 범아시아 철도망 건설 대상 지역 중에서 운송관련 인프라가 가장 낙후되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베트남의 경우 오랜 전쟁으로 많은 교량들이 파괴되어 보수가 시급한 실정이며, 캄보디아의 경우는 철도운행을 재개하기 전에 지뢰 제거 작업을 선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있다. 베트남의 수출가공구(EPZ)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이 운송 관련 인프라 부족으로 겪는 고통은 상당하다. 

그러나 세계 3위의 쌀 수출국인 베트남이 북부곡창지대인 레드 리버 델타의 항만 인프라를 개선해서 하이퐁-하노이-중국 쿤밍을 철도로 연결할 수 있다면 그 경제적 효과는 지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캄보디아도 시아누크빌 항구, 방콕을 경유하여 라오스의 비엔티엔, 중국의 쿤밍과 연결될 수 있다면 현재의 완만한 경제회복 속도가 눈부시게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국별 이해에 따른 노선상의 이견 조정 필요

그러나 인도차이나와 ASEAN 지역을 연결하는 싱가포르-쿤밍 루트의 경우 신구간 건설 프로젝트가 집중되어 있어 국별 이해에 따른 노선 결정상의 이견이 자금동원문제와 맞물려 계속해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방콕-프놈펜-호치민-쿤밍 루트(노선1)를 선호하고 있다. 이 경우 포이펫(태국)-시소폰(캄보디아)-프놈펜-호치민 구간에 유실구간을 새로이 건설해야 하는데, 비용은 9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는 방콕-농카이-비엔티엔-루앙프라방-쿤밍루트 (노선2)를 지지하고 있다. 

노선1의 경우 기존 노선 복구공사가 대부분이며 투자부담이 적은데다 베트남 항구지역에서의 막대한 물류수요도 기대된다. 단, 내륙국가인 라오스가 배제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노선2의 경우는 철도 건설에 적합하지 않은 거친 지형을 통과해야 하며 비용면에서도 수십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다음과 같은 네가지의 노선 우선순위 평가기준에 따라 두 노선중 일단 노선1을 먼저 착수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노선 우선순위 평가기준은 ▲수도간 연결을 보장하는가 ▲주요산업센터와 농업센터로의 연결을 보장하는가 ▲주요항구(인도차이나의 Hub-Port)들로의 연결을 보장하는가 ▲주요 컨테이너 터미날로의 연결을 보장하는가 등이다. 이상의 네가지 기준에서 평가해 볼 때 보다 타당한 노선은 베트남과 캄보디아가 선호하는 노선1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인도차이나 전체에서 가장 성장잠재력이 큰 메콩 델타와 레드 리버 델타를 포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인도차이나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의 관점에서도 노선1이 보다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가능성 만큼 한계도 많아

그러나 범아시아철도망 건설 계획은 해결해야 할 많은 단기적인 문제들과 이 문제들이 해결되더라도 극복될 수 없는 장기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우선 제기될 수 있는 문제는 인도차이나 지역 철도 전체가 대부분 국가 단위의 네트워크에 머물고 있으며 광역경제권에 적합한 형태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일부 노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철도가 단선비전화철도이며 철도의 궤간폭이 서로 다른데다가 선형, 최대축량 등도 각국간에 차이가 있다. 시설 및 차량의 보수·관리도 극히 불충분하며, 운행제어 기술도 일부를 제외하면 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지역별 궤간의 차이다. 인도차이나 및 ASEAN지역의 철도는 협궤 혹은 미터 게이지를 궤간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될 수 있다.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 국가들은 표준궤를 채택하고 있으며 유럽의 경우엔 광궤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로는 ‘유실구간’(missing link)의 문제를 들 수 있다. 현재 시급히 건설해야 하는 유실구간은 인도와 미얀마 구간, 미얀마와 태국 구간, 중국과 라오스 구간, 캄보디아와 베트남 구간이다. 유실구간의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유실구간에 철도를 새로이 개설하는 데에는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데, 현재 관련 국가들 중 자금을 동원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국가들이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철도 1km를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은 대략 180만 달러에 달한다. 따라서 1,204km를 새로이 건설해야 하는 미얀마의 경우 22억 달러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조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위상설정에 주의해야

범아시아철도망이 건설될 경우 철도를 통한 화물운송이 해상운송이나 항공운송과 비교해 어느정도의 경제성을 가지는가 하는 문제가 중요해진다. 

ESCAP(Economic and Social Commission for Asia and the Pacific) 전문가들은 열차의 화물을 신속하게 이동시키는 물류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노선의 궤간을 통일하지 않은 채 시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해상운송과 달리 복잡한 국경통과 절차가 필요한 철도운송의 경우 국가간 이동에서 얼마간의 시간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런 관점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지역은 인도차이나이다. 이 지역 철도망이 통킹만을 활용한 해상운송이나 내륙의 하천, 특히 메콩강을 이용한 하천운송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지역 철도망의 위상은 해상운송과 하천운송에 대해 ‘보완적’인 것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보완적’이라고 해도 하이퐁, 다낭, 호치민, 시아누크빌, 방콕, 양곤 등 주요 항구나 항구 밀접지역과 하노이, 쿤밍, 만달레이와 같은 주요 물류센터를 연결하는 노선의 중요성은 여전히 간과될 수 없을 것이다.

철도 외적 갈등요인도 많아

현재 범아시아 철도망 프로젝트는 궤간과 관련한 기술적인 문제 외에도 철도 외적인 여러가지 갈등요인을 가지고 있다.

우선 자금조달 문제에서 말레이시아 와 인도네시아의 견해가 충돌하고 있는데 말레이시아가 ‘비례 방식’을 제안하는 반면, 인도네시아는 ‘자발적 동원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비례방식의 경우 공평하다는 이점은 있으나 경제사정이 어려운 국가의 경우 자금동원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으며, 자발적 동원의 경우 관련국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난점이 있어 양자 사이의 절충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 현재 추진하려 하는 수력발전소 프로젝트가 메콩강 수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메콩강 수로가 범람할 경우 이 지역 철도망이 봉쇄될 위험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양곤 게릴라에 의한 태국-미얀마 국경 분쟁 역시 철도망 프로젝트를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으며 최근 크메르 루즈의 내분으로 캄보디아 정정이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위험요소로 평가된다.

이 밖에 환경론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범아시아철도망의 개통과 함께 다양한 문화적·환경적 장벽들이 제거될 전망인데, 이에 따르는 문화충돌이나 환경파괴의 위험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간 협력에 의해서 미리 충분히 협상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참여 방안

범아시아철도망 건설 프로젝트는 대상지역에 진출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들에게도 커다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때 직접적인 투자대상 지역으로는 신구간의 건설이나 개보수 구간이 많은 인도차이나 지역이 적합할 것이다. 철도와 직접적인 관련을 가진 분야로서 차량, 신호체계, 물류체계, 건설분야 등에 진출할 수도 있지만 기존 GMS프로젝트와의 연계를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먼저 차량분야를 보면 인도차이나 지역의 기존 차량들이 대부분 교체가 요구되는 실정이라는 점과 앞으로 이지역 컨테이너 수송량이 급속도로 증가하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지 조립생산공장을 건설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신호체계와 통신분야의 시장규모도 상당하다. 현재 신호체계의 미비로 이지역 철도의 평균속도는 30km/h 미만에 머물고 있다. 캄보디아의 경우 내전으로 신호체계가 완전히 파괴된 상태이며 베트남 역시 오랜 전쟁으로 인해 신호체계의 상당부분이 파괴되어 있다. 라오스의 경우엔 기존 철도가 없는 관계로 만약 건설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신호체계의 시장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류면에서 보면 하노이-쿤밍 구간과 양곤-만달레이-쿤밍 구간의 궤간이 서로 다르므로 쿤밍에 대규모 물류센터 건립이 불가피하다. 이 밖에도 또 다른 물류센터로 제안되고 있는 양곤지역 역시 중요한 투자중심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하이퐁이나 시아누크빌을 비롯한 주요 항구도시 역시 물류센터로 기능할 것이므로 진출을 적극 고려해 볼 수 있다.

건설면에서 보면, 직접적으로는 기존 철도역사의 증개축, 신규 철도역 건설, 전쟁과 내전으로 파괴된 교량의 건설, 차량기지 건설 등을 투자대상으로 들 수 있고 간접적으로는 호텔, 무역센터, 상가 등 역세권 개발을 추진해 볼 수 있다.

자원개발면에서 보면 운송수단으로서 철도가 갖는 특징으로 인해 자원이 풍부한 인도차이나, 동북아, 중앙아시아 지역의 프로젝트는 자원개발 프로젝트와 연계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메콩강유역 개발공사의 일환으로 제안되고 있는 씨엥 쿠앙(라오스)-빈(베트남) 루트와 탁헥(라오스)-타납(베트남) 루트가 현재 광물자원 프로젝트와 연계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여러 분야에서 범아시아철도망 계획에 대한 전반적인 국내 물류체계를 합리화함으로써 동북아 지역의 핵심 물류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직접적인 경제적이익 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광역경제권에서 한국의 위상을 제고한다는 정치적 효과도 가져다 줄 것이다. 우리는 ASEAN 국가들과 EU 국가들이 자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범아시아철도망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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