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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금융] 우크라이나 위기로 글로벌 금융·원자재 불확실성 커졌다

우크라이나 국내연구자료 학술논문 문병순 LG경제연구원 발간일 : 2014-03-11 등록일 : 2018-10-04 원문링크

우크라이나 위기가 극단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지만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서방과 러시아가 경제적 제재를 주고 받는다면 국제 원자재 시장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높아질 것이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러시아의 경제 위기, 세계 금융·원자재시장 위기로도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정권이 교체되고 그에 대응해 러시아군이 크림반도를 장악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 달 20일 격렬한 시위에 직면한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수도 키에프를 떠나면서 정권이 교체되었으며, 그 직후에 러시아군이 크림반도를 점령하였다. 러시아군이 크림반도의 주요 관공서를 장악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커졌으며, 전쟁 발생에 대한 우려로 세계 금융시장과 원자재 시장이 급등락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지만, 우크라이나의 안보 위기는 글로벌 금융시장과 원자재 가격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소련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 경제 뒷걸음


우크라이나는 풍부한 자원과 우수한 인재를 보유한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다. 그러나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 경제는 줄곧 뒷걸음질쳐 자본주의 이행 과정에서 불황을 겪은 러시아보다 오히려 더 큰 고통을 겪었다. 구소련 국가간 무역이 급감하고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경험하면서 우크라이나는 구소련 붕괴 후 10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였다. 2004년 오렌지 혁명 이후 집권한 친서방파인 유센코 대통령이 재임한 기간 동안(2005~2010)에는 외국인의 국영기업 인수 허용과 WTO 가입(2008) 등 일련의 개혁을 통해 어느 정도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GDP가 다시 급감했고, 2010년 친러파의 야누코비치가 집권한 이후에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다.


무려 20년이 넘는 장기 침체를 겪으면서 2013년 우크라이나의 GDP는 소련 붕괴 시점인 1991년의 85.6% 수준으로 후퇴했다. 정치경제적 혼란을 피해 해외 이주가 늘어나면서 인구는 1991년 5,200만명에서 2014년 4,50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부패도 극심하여 우크라이나의 부패지수는 2013년도 177개국 중에 144위를 차지했다(국제투명성기구). 2008년 이후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급증하면서 IMF지원을 두 차례 받았으며, 올 들어서는 야누코비치 대통령 축출과 러시아 침공이 겹치면서 국가부도 위기에 처해 있다.

 

우크라이나 경제, 정치적 갈등 심화로 더욱 악화


우크라이나 경제가 장기간 회복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채 침체에 빠져 있는 배경에는 정치적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식 통계인 2001년 센서스에 따르면 총인구 중 우크라이나계는 77.8%, 러시아계는 17.3%이며, 러시아어 사용 인구는 전체 인구의 29.6%이다. 다른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계는 67%, 러시아계는 3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우크라이나계와 러시아계가 교류와 통혼을 많이 했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는 어렵지만 러시아계가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소련 붕괴 이후 다른 동구권 국가들은 서방의 지원과 EU가입, 시장경제 개혁을 통해 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지만, 우크라이나는 동부 지역에 거주하는 러시아계의 반발로 개혁이 쉽지 않았다. 지역적, 민족적 분열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특히 러시아계가 분포한 동부지역의 지지를 받고 집권한 쿠츠마(1994~2004)와 야누코비치 정권(2010~2014)은 EU가입과 시장경제 개혁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가 EU에 가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압력을 가하면서 시장개혁이 더욱 어려워졌다. 러시아의 압력을 받은 친러파인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2013년 11월 EU와의 경제협력을 포기하였고, 이를 계기로 수도 키에프에서 격렬한 항의 시위가 발생하자 정권이 친서방파로 교체되었다. 이것이 러시아가 군사개입을 하게 된 배경이다.

 

서방측과 러시아 모두 우크라이나 포기 어려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중요한 국가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에 거점을 둔 친서방파가 정권을 차지한 직후 러시아군은 러시아계가 60% 가량 거주하는 크림반도를 장악했다. 구소련의 일부였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계가 많이 살고 있으며, 러시아와의 교역 규모도 크다. 푸틴이 꿈꾸는 “유라시아 연합”의 주요국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고 러시아 방위에도 핵심적인 우크라이나가 친서방 국가가 된다면 러시아로서는 상당한 국익의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친서방화된 우크라이나가 향후 NATO에 가입한다면 러시아의 안보에도 중대한 부담을 줄 것이다.


특히 1954년까지 러시아령이었던 크림반도는 소련 붕괴 후에도 러시아의 흑해함대가 주둔하고 있다. 러시아에게는 몇 개 안 되는 부동항 중 하나이다. 러시아군이 크림반도를 장악한 이후 크림자치공화국의 의회는 러시아와의 합병을 결의하였으며(3월 6일), 3월 16일 우크라이나 내 자치권 확대, 분리 독립, 러시아와 합병 중에 하나를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하였다. 현재로서는 크림반도의 투표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크림자치공화국의 자치권이 확대되고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방측에게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지정학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한 60만 제곱킬로미터의 우크라이나가 친서방 국가가 된다면, 유럽의 안보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러시아의 안보 위협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의 안보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광대한 영토와 4,500만명의 인구를 가진 우크라이나의 경제적 의미도 크다.

 

전쟁은 러시아로서도 잃을게 너무 많아


우크라이나 정부가 친서방 입장을 확고히 취하고 러시아계가 거주하는 동부지역이 이에 반발하여 내전이 발생한다면, 러시아가 개입하면서 우크라이나와의 전면전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서방과 러시아의 충돌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전면전이 발발한다면 글로벌 경제에 주는 충격은 매우 클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먼저 러시아의 군사력이 우크라이나를 압도하겠지만, 러시아가 전쟁으로 잃을 것이 너무나 많다. 특히 러시아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 서방과의 긴장이 커지는 상황을 러시아 경제가 버텨내기 어려운 것이다. 2012년 72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였지만 러시아 수출의 67%를 차지하는 에너지 수출 부진으로 작년에는 흑자규모가 절반 이상 감소하였다.


2013년 경제성장률은 1.5%까지 떨어졌다. 전쟁이 발생하면 러시아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도 예상된다. 러시아가 2008년 인구 463만명에 불과한 조지아를 5일간 침공 했을 때 막대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한 바 있다. 당시 루블화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고를 지출하는 과정에서 1주일 사이에 러시아의 외환보유고가 164억 달러나 감소하였다. 인구 4,500만명의 우크라이나와 장기간 전면전을 벌인다면 러시아는 외국인 자금이 대량 유출되면서 금융위기와 외환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전면전으로 인해 가스 파이프라인과 송유관이 파괴된다면 가뜩이나 부진한 수출이 더욱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24개주와 1개 자치공화국 중에 러시아계가 더 많은 지역은 크림반도가 유일하다. 내전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장악하기 쉽지 않으며, 점령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후 우크라이나계의 격심한 저항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도 내전 상황은 무엇보다도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 억지를 위해 최대한 자제력을 보이고 있다.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조약을 어기고 흑해함대의 주둔지역 이외에서 무력으로 주요 관공서를 점령하고 있지만, 크림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은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군의 도발에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의회가 러시아어를 제2공용어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켰지만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은 거부권을 행사하였으며, 러시아계가 다수 거주하는 동부지역 주지사에 러시아계를 임명하였다.


3월 4일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의 군사훈련을 종료하고, EU가 제안한 우크라이나 중재기구 설립에 찬성한 것은 러시아 역시 전면전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음을 드러내 준다. 러시아군이 전격 크림반도를 점령한 직후 개장한 3월 3일 세계 증시도 2~3% 하락하는데 그친 것도 전면전 발발 가능성을 낮게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제재, 서방 러시아 모두 경제적손실 감수해야


전면전으로 비화되지 않는다고 해서 우크라이나 정국이 단기간 내에 평온을 되찾기는 힘들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친서방화를 막기 위한 러시아의 지속적인 개입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에 지루한 줄다리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크림자치공화국이 러시아의 군사 원조를 받아 크림반도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으며, 러시아로의 병합이나 분리 독립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계속 개입한다면 서방측이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EU는 전체 수출 중에 러시아에 대한 수출 비중이 7.4% 정도로 높고,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경제제재에 다소 소극적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러시아 제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 3월 6일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자들의 입국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하였으며, 앞으로 경제 제재의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서방측에 있는 러시아 기업의 자산을 동결하거나 러시아 가스 수입을 제한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러시아가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무력을 개입한다면 서방측도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경제 제재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가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자국에 투자한 서방 기업의 자산 동결과 서방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공급 축소 등이 있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제재 정책의 효과가 예년보다는 크지는 않을 것이다. 올 겨울이 평년보다 따뜻해서 예년보다 유럽 국가들의 가스 비축량이 많으며, 이에 따라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에 단기적으로 대응할 여력이 있는 편이다. 경제 상황이 나쁜 러시아의 입장에서도 가스 수출 감소에 따른 충격이 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지정학적, 안보적 측면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개입 의지가 쉽게 완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원자재 시장에 대한 충격


단기간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서방과 러시아 간의 경제보복이 취해진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우크라이나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돼지고기 수입을 금지한 바 있다. 검역 미비라는 명분을 제시하였지만 사실상 경제적 보복이다. 우크라이나는 2006년 이후 계속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무역보복으로 수출이 더 줄어들면 외환위기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현재 정치적 불안과 국가부도 우려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통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 2월 28일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외환보유고는 150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4년 동안 경상수지 적자 보전과 채무 상환 등을 위해 약 250억 달러의 자금조달이 필요하기 때문에 올해 내내 외환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3월 5일 EU가 우크라이나에 11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결정하였지만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로 무력충돌이 발생하거나 러시아 경제제재가 강화되어 러시아의 국가 신뢰 위기가 발생한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으로의 전면적 위기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위기는 원자재 가격의 불안 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이다. 러시아에서 서유럽으로 이어지는 주요 가스관이 우크라이나를 통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군의 크림반도 장악 소식이 알려진 3월 3일에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 가격은 전날보다 2.5% 올랐으며, 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도 1.5% 상승했다. 러시아가 친서방적인 우크라이나 정부를 통제하기 위해 서방과 우크라이나에 가스 공급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 2004년과 2006년에도 친서방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 정부가 가스 수출을 줄이거나 수출가격을 올린 적이 있다. 이 경우 유럽의 산업생산이 직접적인 피해를 받을 뿐 아니라 전세계 가스와 원유 가격이 상승할 것이다. 반대로 서방측이 러시아산 가스와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것도 가격 상승요인이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비옥한 흑토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곡창지대이다. 국제곡물위원회(IG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세계 6위의 밀수출국가이며 세계 4위의 옥수수 수출국이다. 우크라이나 지역의 정치적 불안은 국제 농산물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원자재 시장 리스크에 우리나라 취약


우리나라는 우크라이나와 교역 규모는 크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수출대상국 중 68위(6.3억 달러), 수입대상국 중에는 62위(4.55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직접 투자 금액도 많지 않다.


우크라이나 위기로 인한 우리나라의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상승은 우려되는 문제다. 현재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경우 우리나라는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공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금융시장의 충격도 우려된다. 국내 금융시장이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금융불안이 러시아를 통해 다른 나라들로 확산될 경우 우리나라도 안심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상당 기간 동안 우리나라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이 등락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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