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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자원] 불확실성 커지는 국제 가스 시장

러시아ㆍ유라시아 일반 국내연구자료 학술논문 이광우 LG경제연구원 발간일 : 2009-02-03 등록일 : 2018-10-04 원문링크

자원 보유국의 가스 무기화와 가스 카르텔의 대두로 국제 가스 시장의 공급 측면에서 불안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천연가스의 자주 개발율 제고와 수입선 다변화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가스수출국포럼이 공식 출범하면서 국제 가스 시장에서는 카르텔 등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올해 새해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유럽 국가들이 가스 부족의 고통을 경험하였다. 환경 오염이 적고 석유에 비해 부존량이 풍부해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천연가스의 공급 불안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최근 심화되고 있는 가스 무기화의 특징을 살펴보고 가스수출국포럼이 향후 국제 가스 시장에 미칠 영향을 전망하면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경제적 이해 상충이 촉발한 가스 공급 중단


러시아의 對 우크라이나 천연가스 공급 중단 사태는 가스 미수금을 회수하려는 러시아의 권리 행사와 계약 갱신 협상에 우위를 점하려는 양국 간의 경제적 마찰이 표면적인 발생 원인으로 보인다.


양국은 가스 채무, 공급 가격, 통관료, 수송 인프라의 통제권 등을 놓고 1990년대 초반부터 갈등을 빚어 왔으며 1993년, 1994년, 2006년에도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일시 중지하는 극단적인 모습도 나타났다. 금년도의 공급 중단 사태 역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가스 수출 단가의 대폭 인상(1,000㎥ 당 180 달러에서 450 달러로)과 20억 달러 규모의 미수금 납부를 요구하고, 우크라이나는 통관료 인상, 가스 채무의 일부 탕감, 가스 도입 단가의 소폭 인상(180 달러에서 201 달러로) 등을 제시하며 대립함에 따라 발생하였다.


이번 가스 마찰의 공급 중단 기간이 예전보다 길어지면서 유럽 지역 국가들은 유례없는 가스 대란을 경험하였다. 이와 같은 가스 대란은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불신이 심화되고 우크라이나 경제의 신뢰도가 낮아지는 것 이외에 동구권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는 등 관련자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지정학적 위상 강화가 근본 배경 


가스 공급이 중지된 1차적인 원인을 경제적 요인으로 볼 수 있으나 그 이면에는 공급 통제와 보조금 삭감으로 수입국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지역 위상을 강화하려는 러시아의 에너지 정책이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공급자와 중계자 간의 마찰은 공급 불안을 발생시키면서 당사자 모두에게 장기적으로는 수출 감소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최종 소비자인 유럽 국가들에게 수입선 다변화와 대체재 소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이전의 가스 공급 중단 사태에서 러시아는 공급 중단 기간을 짧게하면서 유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등 수요 위축을 경계해 왔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자원의 가치가 중요해지면서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에너지 정책(에너지 전략 2020)을 2003년에 발표하였다. 경제적 이익 추구뿐만 아니라 국제 무대와 주변 지역에서의 위상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도 에너지 자원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것은 가스 공급이 정치적 목적 실현을 위해 무기가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가스 공급 중단 사태 역시 친러와 친서방으로 양분된 우크라이나에 대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가 서방에게는 매력적이지 못한 우방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러시아의 의도를 가늠할 수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NATO 가입과 EU 가입 등 서방으로의 편입을 원하고 있는 유셴코 대통령과 티모셴코 총리 등 대표적인 친서방 정치인들 간의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고 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금융위기 가운데 있는 등 건국 이후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다. 앞으로 우크라이나는 경제 위기 속에서 외국인 투자가 위축되어 친서방 연정이 붕괴하는 등 친러화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나타나는 가스 자원의 무기화


경제적 이익 실현 이외에 정치적 목적을 위한 가스 자원의 무기화는 러시아 이외에도 이란, 볼리비아 등에서 공급 중단, 공급 가격의 차별화 등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가스 자원의 무기화는 쉽게 변하기 어려운 파이프라인 수송 방식과 가스 국유화를 바탕으로 공급국이 지역 위상 제고를 추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스의 수출 중에는 파이프라인 방식과 액화천연가스 방식 등 두 가지가 있다. 상대적으로 고가격인 액화천연가스의 경우 가스전 개발 시점부터 장기 공급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해마다 가격을 협상하는 파이프라인 방식에 비해 공급이 안정적이다. 또한 지리적으로 한정된 파이프라인 방식에 비해 액화천연가스 방식은 해상 수송 등 좀 더 유연한 운송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가스 공급 방식에서 액화천연가스 보다 파이프라인 방식에 의존하는 경우 공급 중단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국영기업을 통해 가스의 생산, 운송, 수출 등에서 통제권을 가지는 공급국이 지역 패권을 추구하게 되면 가스의 무기화가 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이유로 가스 자원의 무기화는 주변국에 파이프라인 방식을 통해 가스를 공급하며 위상 제고를 추구하는 러시아, 이란, 볼리비아 등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이란의 경우 2007년 1월에 국내용 가스의 수급 부족을 이유로 터키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터키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중앙아시아에 대한 터키의 영향력을 저지하기 위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이란이 가스 공급을 중단하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볼리비아 역시 주변국에 대한 위상 제고를 위해 저가의 가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공급 가격도 차별화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이 다른 가스 수출국보다 상대적으로 더욱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러시아가 소련 시절에 위성 국가였던 CIS 국가들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강화를 위한 것이다. 러시아는 가스에 대한 공급 통제력 강화, 공급 가격 차등 적용, 공급 중단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들어 몰도바와 벨로루시에 대해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이들 국가의 국내 에너지 수송 인프라의 운영권을 러시아가 획득하거나 공급 단가를 인상한 바 있다. 또한 친서방 성향이 강한 주변국(우크라이나, 그루지야, 몰도바)에게는 친러 국가보다 높은 가격에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그림 2> 참조).

 

가스수출국포럼의 출범과 고가격 전략 가능성 


지금까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파이프라인 공급의 특성을 이용한 가스의 무기화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액화천연가스 방식의 수송은 수출국의 경제적, 정치적 이익 극대화를 위한 가스 무기화에 활용될 수 없는 것일까? 그리고 가스 공급자의 공급 조절이 다른 지역에서 거래되는 가스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가스 가격의 하락세 전환, 가스 시장의 글로벌화 등을 배경으로 최근 공식 출범한 가스수출국포럼(Gas Export Countries Forum, GECF)은 향후 국제 가스 시장에서 OPEC과 같은 자원 카르텔의 성격을 띨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파이프라인 방식뿐만 아니라 액화천연가스 방식에서도 공급자의 영향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8년 12월 23일에 공식 출범한 가스수출국포럼은 10대 가스 생산국에 속한 6개국을 포함한 15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가스수출국포럼은 공식적으로는 생산국과 소비국이 협력하여 예측 가능한 시장 구축에 도움을 주며 가격 안정화를 통해 공급자와 소비자에게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을 제거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 가스 보유국이자 생산국인 러시아가 이번 포럼의 공식 출범을 적극 주도하였으며 가스를 수출하지 않는 베네수엘라가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는 등 가스수출국포럼이 카르텔로 가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출범식에서 푸틴 러시아 총리는 가스 자원에 대한 개발과 수송에서 비용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값싼 천연가스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고,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가스수출국포럼이 OPEC과 같이 가격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가스수출국포럼 회원국들이 담합이나 공급 조절로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스수출국포럼의 출범에는 가스 가격의 하락세 전환 등 최근 시장 상황과 국제 가스 시장의 글로벌화 진전 등 근본적인 시장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스 수출국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유가와 연동되는 천연가스의 가격 역시 하향세를 보임에 따라 경제적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그림 3> 참조). 석유의 경우 OPEC이 감산 정책을 통해 유가 하락세를 진정시킬 가능성이 있지만, 천연가스의 경우 가격 하락세에 제동을 걸 세력이 없는 것이다. 가스 수출국으로서는 카르텔의 필요성이 절실해지는 상황이다. 또한 국제 가스 시장의 장기적 변화에 대한 공급국들의 대응 필요성이 커진 것도 가스수출국포럼의 출범을 촉진한 것으로 보인다. 파이프라인 공급 방식이 주류를 이루던 국지적인 천연가스 거래에서 기술 발전을 발판으로 원거리 수송이 가능한 액화천연가스 교역이 증대하고 있다. 점차 글로벌화되고 있기 때문에 수출국 간의 경쟁 방지 등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이익 극대화를 위한 수출국들의 대비가 필요한 것이다(<표 1> 참조).

 

장기적으로 가스수출국포럼이 가격에 대해 영향력 행사할 가능성 높아 


풍부한 매장량과 높은 액화천연가스 교역 비중을 점하는 가스수출국포럼이 향후 카르텔로서 기능하게 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가스 자원의 공동 개발 강화를, 장기적으로는 공급 조절을 통한 가스 가격 상승을 유도하면서 국제 가스 시장에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는 가스 자원의 공동 개발에 주력 


OPEC과 맞먹는 국제 가스 시장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가스수출국포럼은 파이프라인 방식의 교역 의존도가 높고 현물 거래 비중이 낮은 현재의 가스 교역 특성 때문에 당장은 카르텔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가스수출국포럼은 당분간 가스 자원에 대한 공동 개발 협력을 강화하면서 국제 가스 시장의 장기적 변화에 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15개의 가스수출국포럼 회원국들은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73.1%, 생산량의 41.8%를 점하고 있다. 세계 원유 매장량의 75.5%, 생산량의 43.2%를 차지하고 있는 OPEC과 유사한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2000년 이후부터 2007년까지 가스수출국포럼 회원국들의 전체 가스 매장량이 연평균 2.2%의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비회원국들은 0.4%로 머물러 있다. 생산량 증가율 역시 회원국들이 연평균 4.1%를 기록하면서 비회원국들(연평균 2.3%)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국제 가스 시장에서 가스수출국포럼의 시장 점유율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06년부터 2030년까지 OECD국가들의 천연가스 생산이 연평균 0.1%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러시아(0.8%), 중동(4.8%), 아프리카(3.5%), 남미(3.1%) 등 가스수출국포럼 회원국들이 속한 비OECD 국가들의 천연가스 생산은 연평균 2.5%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그림 4> 참조).


다만, 시장 점유율 확대 전망에도 불구하고 천연가스의 교역 환경이 글로벌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가스 카르텔의 가격 영향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천연가스의 교역이 여전히 높은 지역 편중성을 나타내고 있고 천연가스의 가격이 유가에 연동되거나 지역의 수급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등 지역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현물 시장이 협소하기 때문이다. 현재 지역간 교역 방식인 파이프라인을 통한 교역이 세계 천연가스 교역 중 70.9%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동이 자유로운 액화천연가스 거래 중 현물 거래는 전체 액화천연가스 거래의 약 16%에 지나지 않는다. 여전히 가스 수출선의 다변화가 용이하지 않고 액화천연가스의 장기 계약 비중이 높기 때문에 공급자들이 담합이나 생산량 조절을 시도할 조건이 충족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가스수출국포럼 회원국들은 우선은 국제 가스 시장의 장기 수급에 대한 예측력을 높이고 가스 자원에 대한 공동 개발 협력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가스 시장의 글로벌화가 카르텔 영향력 발휘의 필요 조건  


장기적으로 국제 가스 시장에서는 액화천연가스 교역의 활성화에 따라 현물 시장 확대, 독자적인 가격 구조를 가지는 국제 가스 가격 대두 등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가스수출국포럼이 공급을 조절하면서 가스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액화천연가스는 가스전의 개발, 액체화 및 기체화 시설 건설, 특수송선 조달 등에 비용이 들기 때문에 파이프라인 가스, 원유, 석탄 등에 비해 경제적으로 불리한 면이 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수요 감소세가 나타나는 석유와는 달리 천연가스는 열효율성이 뛰어나고 공해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청정 연료로 각광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장기적으로 석유보다 높은 수요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그림 5> 참조).


이러한 수요 증가세를 바탕으로 세계 액화천연가스 수입의 65.4%를 차지하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액화천연가스 수입 수요도 자국의 생산 둔화, 수입선 다변화 노력에 따라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인도와 중국 등 개도국의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액화천연가스 방식의 교역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소비자와 비교적 원거리에 위치한 중동의 가스 생산 증가도 액화천연가스 방식의 교역 증대를 가속시킬 전망이다. 이에 따라 IEA는 액화천연가스 방식의 교역이 2030년에는 세계 천연가스 교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그림 6> 참조).


액화천연가스 방식의 교역 비중 확대는 가스 교역의 탈 지역화, 가스 가격과 유가의 탈 동조화, 현물 및 선물 시장의 확대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국제 가스 시장의 글로벌화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가스 카르텔의 영향력이 글로벌화 된 국제 가스 시장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액화천연가스 교역의 활성화는 지역간 수급 불균형을 완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지역간 격차를 보이던 가스 가격들이 동조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기법의 발달로 가스전 개발에 대한 전통적인 장기 계약 방식이 점차 줄어들고 있고 도착지 제한 조항이 삭제되거나 의무 인수 기준이 낮아지면서 교역의 유연성을 높여주는 단기 현물 시장이 발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제 가스 시장에서는 자체 수급 상황을 반영한 가격 결정 메커니즘이 현물 시장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유동성이 풍부해진 현물 시장을 바탕으로 한 가스수출국포럼의 고가격 전략이 실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국내외 가스전 개발과 수입선 다변화 노력 필요


이와 같이 천연가스를 보유한 국가들이 경제적 이익 극대화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가스 자원을 이용하는 등 가스는 전략적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결과 파이프라인의 특성을 이용한 가스 무기화가 확대·심화 되고 있으며, 비교적 높은 안정성을 보이던 액화천연가스 교역에서도 공급국간 결속을 통한 경제적 정치적 이익 극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960년에 출범한 OPEC이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10년 이상이 소요되었음을 감안해 보면 가스수출국포럼 역시 카르텔의 영향력을 발휘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수출국포럼이 카르텔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회원국간 결속력 강화,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스윙 공급자(Swing Player) 선정, 쿼터 할당 규정 등 내부적인 체계 정립과 원유 및 석탄 등 대체 상품을 능가할 가스의 경제적 활용도 제고, 국제 가스 시장의 글로벌화 등 외부적 시장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이러한 변화들은 장기에 걸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1986년 인도네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도입하기 시작한 우리나라는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석유나 석탄보다 천연가스의 사용이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천연가스 수입 세계 8위, 액화천연가스 수입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그림 7> 참조). 그러나 천연가스의 자주 개발율이 4.5%(2006년 기준)에 그치고 있고 카타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가스수출국포럼 회원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72.5%(2007년 기준)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국내외 가스전 개발 활성화, 수입선 다변화, 천연가스 비축고 확충 등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또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도입 사업에 있어서 공급자인 러시아와 중계자인 북한으로부터 안정적인 파이프라인 공급 계약을 확실히 보장받아야 할 것이다. 불확실할 경우 액화천연가스 방식과 병행하는 방법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비용이 추가적으로 들더라도 유사시 액화천연가스 방식의 도입 비중을 늘림으로써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가스수출국포럼의 카르텔화에 대해서는 기구의 체계 정립을 위한 진행 과정을 예의주시하면서 카타르 등 외국 자본에 비교적 우호적인 나라들의 자원민족주의 발생 가능성 등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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