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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경제] 우크라이나 리스크 상당기간 지속, 글로벌 경제에 대한 영향 아직 제한적

우크라이나 국내연구자료 학술논문 이광우 LG경제연구원 발간일 : 2014-05-12 등록일 : 2018-10-04 원문링크

자금이탈이 가속화된 러시아와 내정불안 겪는 우크라이나는 경제침체가 불가피해 보인다.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이 악영향을 받을 것이며, 니켈, 팔라듐, 밀 등 일부 원자재에서는 가격 상승 압력이 계속될 것이다. 세계경제와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겠지만, 불안요인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동부 일부 지역이 4월부터 독립을 주장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내전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했다. 2월에는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축출 되었고, 3월에는 크림반도가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로 귀속된 바 있다.


사태가 심화되면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간의 갈등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러시아와 서방 모두 곡물, 금속 등 자원이 풍부하고 지정학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우크라이나를 양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소요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러시아, 미국, EU, 우크라이나 등 제네바 4자 회담이 지난 4월 17일에 열렸지만 각국들은 이행에 미온적인 모습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군사개입 가능성을 내비쳤고, 서방은 러시아에 2차 제재를 가했다. 미국과 EU는 러시아 기업과 주요 인물에 대해 여행금지와 자산동결 등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일본과 캐나다도 러시아 은행 3개와 13개 기업, 그리고 정재계 인사 등을 제재 대상으로 포함했다.


우크라이나사태, 러시아 경제에 타격


러시아에서는 자금이탈이 빠르게 확대되고 외환보유고가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그림 1> 참조). 1분기 자금이탈 규모는 2013년 자금이탈 전체(596억 달러)의 85%에 이른다. 루블화는 지난 해 연말 1 달러 당 32.9 루블에서 최근 35.7 루블로 올해 9% 가까이 하락했다. 자본이탈과 투자위축으로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당초 예상치(2.5%) 보다 크게 낮은 0.8%(전기 대비는 -0.5%)에 그치면서 러시아 경제가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1분기까지는 산업생산 저하와 소비위축의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지만, 투자위축의 여파가 외국인의 투자 비중이 높은 부동산 등으로 확산되면서 내수에서도 경기 침체의 모습이 점차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IMF는 올해 러시아의 자본유출 규모가 1천억 달러에 이르고 루블화 약세로 물가가 높아지고 성장률은 0.2%(당초 1.3%)로 거의 정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자금이탈 방지와 환율방어,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하지만 알렉세이 쿠드린 전 러시아 재무장관은 자금이탈이 올해 최대 1,6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고,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0~0.5%로 예상하는 등 러시아 내부에서도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러시아의 경기 하강이 1998년의 모라토리움이 재현되는 수준으로까지 악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3월말 기준으로 러시아의 대외부채는 GDP의 35%(7,239억 달러)로 건전한 편이고, 올 연말까지 상환 규모가 외환보유금액의 1/5 정도(1,066억 달러)에 불과해 당분간 국가부도 가능성은 낮다. 유럽계 신용평가 회사인 피치는 55개 주요 러시아 기업들이 올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CIS와 동유럽 경제에도 부담


러시아의 경기 하강은 구소련 독립국가연합(CIS, Commonwealth Independent States)과 동유럽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관세동맹을 맺는 등 밀접한 경제관계에 있는 카자흐스탄과 벨라루스, 그리고 러시아에서 벌어오는 임금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몰도바 등 CIS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러시아 경기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그림 2> 참조). 동유럽 국가 중에서는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으면서 대러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헝가리와 폴란드 등이 대러 수출 감소로 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반영하여 IMF는 중동부 유럽의 올해 성장률을 당초 2.7%에서 1.9%로 하향 수정하였다. 러시아에 투자를 확대해 온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서부유럽 국가들 역시 러시아 사업실적 악화와 수출 부진의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우크라이나는 큰 폭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고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8%, 재정수지 -3.7%를 기록한 우크라이나는 정국불안이 심해지고 추가적인 구제금융에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내수가 급랭하고 있다. 글로벌인사이트는 우크라이나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6%로 최근 하향 수정하였다(<그림 3> 참조). IMF는 재정긴축 등 구조개혁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에게 17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게 천연가스 요금을 80% 인상하고 22억 달러 규모의 기존 체납금의 상환도 요구하고 있어 우크라이나 경제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질 여지가 있다.


공급불안으로 일부 원자재 가격 강세


우크라이나 사태는 원자재 공급 불안감을 높여 국제원자재 가격도 자극하고 있다. 러시아는 에너지와 광물의 주요 수출국이고 우크라이나는 주요 곡물 수출국이자 유럽으로 향한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주요 공급 통로이기 때문이다(<표 1> 참조).


원자재 중에서 니켈과 밀 가격이 가장 큰 가격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그림 4> 참조). 니켈과 팔라듐 가격은 우크라이나 사태뿐만 아니라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인도네시아에서의 공급불안까지 겹치면서 지난 2월부터 34.3%, 16.5% 상승하였다. 백금에서 추출되는 팔라듐은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 촉매제와 치과재료 등에 사용되며 러시아가 세계 생산의 40%(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밀 가격은 연초의 미주 한파와 하반기 엘리뇨 예상에 따른 공급 불안감까지 가세하면서 31.1% 올랐다. 국제석유 시장에서는 미국의 타이트오일 생산 확대로 수급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급 불안감으로 100달러대 중반의 유가가 유지되고 있다.


유럽으로 향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지나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정세불안과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이 유럽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서 난방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천연가스 가격이 3월에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4월에는 미국 헨리허브의 천연가스 가격과 일본의 LNG 수입단가가 계속 약세를 보이는 반면, 독일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단가는 전월 대비 1% 상승하였다. 파이프나 LNG로 운송되는 천연가스는 국제유가와 달리 지역적 수급상황에 가격이 예민하게 반응한다.


탈러시아 쉽지않은 유럽


때문에 유럽에서는 천연가스 수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유럽이 천연가스 소비의 1/4을 러시아산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가, 이 중에서 절반이 우크라이나를 통해 들여오고 있다. 특히 발트 3국과 핀란드는 천연가스 소비의 전부를 러시아산에 의존하고 대다수 동유럽 국가들은 천연가스 소비의 절반 이상을 러시아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그림 5> 참조). 과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할 때 마다 유럽에서 탈러시아 논의가 있었으나, 여전히 유럽 천연가스 소비 대비 러시아산 가스 비중은 2000년대 중반의 24% 수준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이 셰일가스를 유럽으로 수출하고 유럽에서는 지역내 셰일가스 개발을 가속하여 탈러시아를 위한 유럽의 천연가스 수입 다변화와 자급률 제고가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서방의 탈러시아 노력들은 비용과 시간, 그리고 지속적인 정책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단기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대량의 천연가스를 러시아산 가격 수준으로 공급 받을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LNG 수출단가가 러시아산 PNG 보다 저렴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 수출 물량도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 기준으로 미국 LNG 수출량이 유럽 수요의 1% 미만으로 추산되고, 셰일가스 수출을 더 확대하는 것은 미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반발을 살 것이다. 또한 유럽내 셰일가스 개발 요구가 높아지기는 하겠지만 셰일가스 개발에 다량의 물 사용과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신중히 검토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리스크 한동안 지속될 듯


우크라이나 사태는 당분간 지속되면서 세계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내전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서방과 러시아간의 갈등 수위가 극단적인 국면으로까지 고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마찰이 격화될 경우,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 강화와 자금이탈의 급속한 확대로 인해 금융위기와 외환위기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유럽 역시 동유럽 중심으로 대러 수출 축소와 에너지 공급 차질로 경기가 급랭하고 물가가 불안해질 위험이 있다. 최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리 및 독립 주민투표의 연기를 제안하면서 서방과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흔들리는 러시아 경제상황을 우려한 행동으로 풀이되고 있다. 러시아에 투자한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러시아 제재 수위를 낮추려는 로비를 벌이고 있고, 재정 건전성 개선을 위해 국방비를 줄이고 있는 미국과 유럽 정부 역시 외교적 해결을 우선시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급속히 해결될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서부는 농업지역이고 친서방 성향인 반면 동부는 러시아계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공업지역이면서 친러 성향을 보이는 지역이 많아 우크라이나의 내정불안이 쉽게 해소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실각으로 5월 중 대선까지는 정책구심점이 없어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서방과 러시아의 긴장관계가 재차 심화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친서방 대선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서방식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친러 지역의 반발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5월 대선을 고비로 갈등이 다소 진정되더라도 잠재적 불안요인은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긴장이 이어지면서 구소련 국가의 경기 하강 압력과 밀, 니켈 등 일부 원자재의 가격 상승 압력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유가에 대한 상승 압력은 국제석유 시장의 수급 개선이 완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오일머니로 국부가 탄탄한 러시아와 서방의 지원을 받을 우크라이나에서 금융불안 리스크가 파국으로 심화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주변국들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계속되겠지만, 서부유럽 등 주요국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다.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수위가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면 세계경제와 우리경제에 미칠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 1분기에 우리나라의 대러 수출이 전년 대비 9.6% 감소를 기록하는 등 러시아 사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러시아와 서방 간의 극단적 대립이 격화될 경우에는 러시아의 천연가스와 석유공급 중단 등 에너지 공급 차질이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을 급등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지정학적 질서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은 국제사회에서의 러시아 고립을 추진 중이고, 러시아는 시리아, 이란 등 중동과 중국, 북한 등 동아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충격과 글로벌 연쇄반응이 동아시아 정세, 국제원자재 시장,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 등에 미칠 파장을 앞으로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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