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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경제] 구소련 독립국가연합 재편 시작됐다

러시아ㆍ유라시아 일반 국내연구자료 학술논문 강선구 LG경제연구원 발간일 : 1999-04-14 등록일 : 2018-10-04 원문링크

러시아를 주축으로 하는 독립국가연합(CIS) 체제는 경제위기를 맞아 공동체로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소규모 통합을 강화하는 등 재편을 모색중이다.

 

창설 9년째를 맞는 독립국가연합(CIS)이 힘을 잃고 재편을 모색하고 있다. 구소련 해체 이후 독립한 공화국들이 러시아를 중심으로 CIS라는 느슨한 연방체를 지향했지만 이에 따른 별다른 실익을 찾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CIS 국가들은 진정한 독립의 기반을 갖추지 못한 채 저마다 체제이행의 혹독함을 실감하고 있다. 대부분의 CIS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 역내 협력은 계속 뒤전으로 미루는 형편이다. 

CIS가 목표로 내세운 공동번영은 요원한 얘기가 되어 가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90년대 CIS의 실적을 살펴보면 이러한 사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97년을 제외하고는 CIS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세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 여기에다 리더격인 러시아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공동번영은 커녕 인근 CIS 국가로의 위기 확산이 우려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CIS의 경제위기 상황에 대해서는 이미 97년 이후 정상들간에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뾰족한 대책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대책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재원문제로 들어가면 12개 회원국 가운데 어떤 나라도 자신있게 나설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회원국들은 CIS의 결속력 강화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구소련 해체를 계기로 어렵게 획득한 국가주권이 다시금 축소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진통겪는 집단안보조약 

CIS의 결속력이 떨어지는 현상은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이 지역에는 구소련에 대한 반감이 남아 있기 때문에 CIS가 보다 발전된 정치적 통합체로 나아가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CIS 집단안보조약이 발효되고 있는데 결속력이 점차 약해지는 양상이다. 현재 CIS 집단안보체제에는 12개국 가운데 러시아를 포함하여 9개국만이 가입되어 있다. 몰도바, 우크라이나, 투르크메니스탄 등은 이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금년중 우즈베키스탄도 탈퇴할 예정이다. 어차피 CIS 집단안보조약이 올해 4월로 효력을 상실하므로 남은 회원국들은 재조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우즈베키스탄의 탈퇴 결정이 또다른 회원국의 탈퇴를 야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우즈베키스탄은 조약 가입의 실익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면에는 러시아의 CIS 결속력 강화를 바라지 않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우즈베키스탄의 카리모프 대통령은 CIS 집단안보체제의 강화가 회원국들의 주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동향에 대해 러시아는 심각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당혹스러운 눈치이다. 서방측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계속 동쪽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데 비해 CIS 집단안보체제는 오히려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역내교역 비중 낮아져 

경제적 측면에서 볼때도 CIS 역내 결속력은 점차 떨어지는 모습이다. 과거 구소련시절의 상호경제원조회의(COMECON)체제나 공화국간 국제분업 시스템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그 대신 CIS 국가들은 서방국가와의 경제관계를 확대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CIS의 역내교역 비중은 점차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98년 CIS 역내교역 비중은 33%에 불과했는데, 이는 구소련 시절에 비해 절반 이상 낮아진 것이다. 경제통합이 빠르게 진척되고 있는 EU의 경우는 역내교역 비중이 60%를 상회한다. 

한편 국별로 보면 CIS 경제통합을 선도해야 할 러시아의 역내교역 비중이 23%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목 29개(전체 수출의 73% 차지)의 수출실적을 보면, 역내수출 비중은 97년의 18.3%에서 98년에 17.6%로 줄고 17개 품목에서 역내수출 비중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러시아의 주요 수입품목 33개(전체 수입의 61.4% 차지)의 실적에서도 역내수입 비중은 97년의 26.1%에서 98년에 23.7%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이외에 아르메니아, 그루지아 등의 역내교역 비중도 평균보다 낮았다. 반면 벨라루스는 역내교역 비중이 70%에 이르고, 몰도바와 타지키스탄 등도 50% 이상의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이들 나라들도 추세적으로는 역내교역 비중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CIS 재통합 논의 

CIS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에 봉착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위기 탈피를 위해 연합체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주로 러시아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옐친 대통령은 CIS의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회원국간 동등한 관계에 기초하여 경제를 비롯하여 다방면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모스크바 시장인 유리 루츠코프도 CIS 체제가 EU경제통합과 유사한 방식으로 통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렇지만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구소련의 부활은 원치 않는다는 것이 또한 그의 입장이다. 

한편 CIS 5개국으로 구성된 관세동맹의 의장을 맡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경제위기 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대책위원회는 경제위기로 인해 피해가 심각한 산업부문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게 된다. 즉 경제위기에 대한 공동 대처를 통해 CIS를 명실상부한 연합체로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소그룹 통합방식 유력 

CIS 12개국의 일사불란한 협력체제를 확보하기 힘든 현실에서 소그룹 통합이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CIS 5개국간 관세동맹은 대표적인 예이다. CIS 정상들이 모두 모이기 보다는 관세동맹에 가입한 5개국들을 중심으로 CIS가 운영되는 양상이다. 즉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 등이 공동의 경제적 이해 하에서 움직인다. 지난 2월 26일에 개최된 CIS 5개국 정상회담에선 타지키스탄의 관세동맹 가입을 승인하고 역내통합을 계속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앞으로 CIS내에서 관세동맹 5개국으로 결성된 국가간위원회가 활성화되면서 다른 회원국의 추가 가입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궁극적으로 CIS가 목표로 하는 연합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관계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98년 12월 25일 벨라루스의 루카센코 대통령은 러시아 옐친대통령과 모스크바에서 회담을 갖고 양국의 통합을 진전시키기 위해 ‘장래의 국가통합에 관한 선언’에 서명했다. 이에 따르면 양국은 99년 6월말까지 통화통합 및 관세통일 등을 실현하고 연방국가의 창설에 관한 조약작성을 마치게 된다. 선언에는 연방창설을 위한 연방기관의 설립 및 통일예산의 작성이 제시되었으며, 오는 6월말까지 연방국가 창설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의 실시도 명기되어 있다. 

주변국 가운데 카자흐스탄은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통합 진전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양국의 통합이 CIS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양국 연합은 배타성을 띠지 않고 다른 CIS 국가에게도 문호를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사업권역의 인식 변화 필요

아직까지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통합 형태에 대해서는 불분명한 점이 많다. 권력분할, 국방 및 치안, 경제통합수준 등은 여전히 모호한 상태로 남아 있다. 양국간 통합에서도 불확실한 점이 많은데 여러 국가로 확장할 경우에는 더욱 많은 문제가 파생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CIS의 재결속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수준에서는 최대한 정치색이 배제되고 경제적 측면에서만 협력 강화가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CIS의 판도 변화에 대해서 외부의 시각도 바뀌어야 될 전망이다. 구소련이 해체되고 공화국들이 독립했지만 CIS가 결성됐기 때문에 기업인 및 일반인들은 이 지역을 여전히 동일한 경제권 내지 사업권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지만 CIS 국가들은 서로간에 이질적인 측면을 많이 갖고 있다. 인종적 측면은 물론이고 지리적, 문화적으로 국가간에 많은 차이를 보인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경제권이라고 할 수 있으며, 투르크메니스탄이나 아제르바이잔 등은 중동경제권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반면 동유럽과 지리적으로 밀접한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몰도바 등은 동유럽경제권으로 분류되어도 무방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CIS 국가들을 하나로 뭉뚱그려서 체제이행국으로만 보지 말고 새로운 관점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점차 CIS체제가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기회의 창출은 CIS 개별 국가 및 인근 경제권과의 관계에서 비롯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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