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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경제/지역] 이라크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아프리카ㆍ 중동 기타 국내연구자료 학술논문 송태정 LG경제연구원 발간일 : 2003-04-02 등록일 : 2018-10-05 원문링크

이번 이라크 전쟁은 경기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데다 고유가, 소비 및 투자 심리위축 등의 영향으로 경기둔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심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20일 미국의 대이라크 군사공격이 시작되면서 이번 전쟁의 전개 양상과 향후 경제에 끼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 대규모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전쟁의 규모나 기간 뿐 아니라 전쟁 직전 경기상황, 경제구조, 정책대응의 수단 등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정형화된 특징(stylized facts of War)을 찾아내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속전속결로 끝날 것이라는 개전 초기의 예상과 달리 최근 장기전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등 전쟁의 전개 양상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현 상황에서 이번 이라크 전쟁의 영향을 전망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여기서는 과거 대규모 전쟁을 통해 전쟁이 가져온 경제적인 효과를 경기변동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이번 이라크 전쟁이 세계경제와 우리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심리지표에 미치는 영향 

전쟁은 경제주체들의 심리변화를 통해 경제에 영향을 준다. 심리지표는 지표의 성격상 전쟁 발생 예상 여부와 전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전쟁이 발생하게 되면 향후 경제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소비와 투자심리가 급속히 위축되어 전쟁 초기부터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한국전쟁이 터지기 직전인 1950년 5월 74.6이었던 미국의 생산자심리 지표(ISM지수)가 10월중 59.2까지 떨어졌고, 걸프전 당시 생산자심리 지표는 46.6(1990.7)에서 39.2 (1991.1)으로, 미국의 소비자심리 지표(미시간대학 발표)는 88.2(1990.7)에서 63.9(1990.10)까지 하락했다가 이후 반등하였다. 지난 2001년의 9.11 테러사태 당시에도 발생 전인 8월에 91.5였던 소비자심리 지표가 9월에는 83.6으로 급락했다. 

반면 어느정도 예상됐던 경우는 오히려 전쟁 개시 후 심리지표가 개선되었다. 전쟁이 터지고 미국이 뒤늦게 참전 결정을 한 베트남 전쟁의 경우, 전쟁 개입 직전까지 하락세를 그리며 1964년 7월 98.5까지 떨어졌던 소비자심리 지표가 참전 직후에는 오히려 100을 넘어섰다. 이번 이라크 전쟁도 심리지표들이 다소 개선될 가능성은 있다. 올 3월중 소비자신뢰지수(컨퍼런스보드 발표)가 10년래 최저치인 62.5까지 떨어졌을 정도로 그동안 전쟁 가능성에 따른 불확실성이 심리지표에 충분히 반영되었을 뿐 아니라 이미 예견된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의 전황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큰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이라크군의 반격으로 연합군의 피해가 늘어나고 바그다드 진격 계획이 차질을 빚어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심리지표가 냉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황따라 주가, 환율 등 가격변수 변동폭 커질 듯

경제주체들의 심리위축은 금융시장에서 주가 하락 등으로 즉각 나타난다. 아래 <그림 1>과 같이 전쟁 발발 직후 짧게는 3개월(걸프전)에서 길게는 5개월(2차 대전)간 일시적으로 주가가 하락한 후 다시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번 이라크전의 경우 그동안 전쟁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주가가 많이 떨어진 만큼 전쟁 개시는 하락한 주가를 어느정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주식시장은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개전 자체가 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전쟁의 진행 과정에 따라 주가의 향방이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전쟁과 같은 위기상황에선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선호하면서 금값 상승으로도 나타난다. 1, 2차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金은 인플레 시기 뿐 아니라 전쟁 등에도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세계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급등세를 보였다. 

환율측면에서 보면 전통적으로 환율은 금값과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번 이라크전의 경우도 전쟁 초기엔 조기종전을 예상해 ‘금값 약세-달러화 강세’가 되었으나 최근 전황이 어려워지면서 ‘금값 강세-달러화 약세’로 전환되었다. 과거에는 주요국 통화중 안전자산으로 달러화에 대한 선호가 높았으나 최근에는 미국이 전쟁의 당사자가 되면서 유로화에 대한 선호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여기에 추가 테러 가능성, 북한 핵문제, 그리고 미국경제의 더블딥 가능성 등으로 달러화가 약세 압력을 받는 모습이다. 


경기둔화 가속될 듯

심리위축은 금융시장 뿐 아니라 소비와 투자 경로를 통해 경기변동폭을 확대시키는 등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비 및 투자심리 위축은 실제로 민간소비와 민간투자를 위축시키는데 경기가 상승추세에 있을 때는 산업생산 둔화가 일시적으로 나타난 후 사라진다. 하지만 경기하강기엔 산업생산이 감소추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할 뿐 아니라 소비와 투자가 과민반응을 보일 경우 경기침체의 폭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

건강할 때는 가볍게 지나가는 병이 몸이 허약할 때 중병이 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거 전쟁 발발시점이 경기호황기 또는 회복기일 때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지만 경기가 이미 하강기에 진입했을 때는 전쟁의 부정적인 효과가 확대되었던 것이다. 

경기상황이 좋았던 시기에 시작된 전쟁은 오히려 단기적으로 경기와 고용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1939.9.1∼1945.8.14)이 시작되었을 때 미국은 대공황의 수렁에서 벗어나 1939년 8.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1940년에도 8.5% 성장하였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1941.12.7)으로 2차 대전에 참전한 미국은 전쟁중 국방비 지출 증가와 유럽을 대체한 생산기지 특수에 힘입어 1941∼45년중 평균 11.3%의 높은 경제성장세를 구가하였다. 군대소집으로 노동인력이 노동시장을 빠져나가고 부족한 인력을 실업자들이 채우면서 실업률도 크게 하락했다. 1940년 14.6%에 달하던 실업률은 1944년 1.2%까지 감소하였다. 2차 대전이 끝나자 오히려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실업률도 높아졌다. 

그후 1950년 들어 회복기에 진입한 미국은 한국전쟁(1950.6.25∼1953.7.27)이 시작된 1950년 3/4분기부터 전쟁이 끝난 1953년 3/4분기까지 6.2%의 성장률, 3.3%의 실업률을 기록하는 등 호황을 누리다가 종전 직후 다시 침체기에 들어갔다. 베트남 전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군대를 파견한 1961년은 미국이 1964년 8월부터 베트남에서 철수(1973.1.28)할 때까지 한번의 경기순환주기(호황-불황-호황)를 겪으면서 평균 4.4%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였고 참전 1년전 5.4%까지 내려갔던 실업률도 전쟁기간중 평균 4.5%로 낮아졌다.

그러나 경기하강기에 시작된 전쟁은 소비 및 투자심리위축, 주가 하락 등의 경로를 통해 경기침체의 골을 더욱 깊게 했다. 걸프전(1990.8.2∼1991.2.28)의 경우 1988년 4.2%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은 1989년엔 3.5%, 1990년 2/4분기에는 0.9%로 급락하는 등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기에 들어설 때 발생하여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1990.8.2)한 3/4분기부터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최근의 경제상황은 지난 걸프전 당시보다 더 어렵다. 걸프전 당시에는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성장엔진이 모두 건재하여 전쟁이라는 외부충격에 대한 완충역할을 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미국경제만이 유일한 성장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도 주가하락, IT경기 회복지연, 과잉설비 등으로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이라크 전쟁이 종결되더라도 가계소비 및 기업투자 회복전망도 어두워 향후 세계경제는 걸프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기하강 정도는 국제유가에 달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번 전쟁이 제4차 중동전(10월 전쟁, 1973.10.6∼24)이나 걸프전과 같이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고유가는 경제의 성장추세를 바꿀 수 있는 공급측면에서의 충격(supply shock)이다. 따라서 경기의 흐름마저 반전시킬 정도의 파괴력이 있다. 미국이 참전하지는 않았지만 1973년중 경제성장률 5.8%의 호황을 누리던 미국경제가 1974∼75년 연속 마이너스로 추락하고 경기침체 속에 물가상승이라는 초유의 스테그플레이션에 빠진 것도 바로 중동전에 따른 유가상승의 결과였다. 

작년부터 가시화된 이라크 전쟁에 대한 우려는 원유가의 상승으로 나타났다. 작년 12월 이후 WTI 가격은 월평균 배럴당 30달러가 넘는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이라크전이라는 요인 뿐만 아니라 주요 산유국인 베네주엘라의 파업 사태 여파가 겹쳤기 때문이다. 베네주엘라의 파업 사태는 현재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으나, 노후화된 유전의 생산량이 쉽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산유국들의 원유생산이 대부분 한계수준에 도달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네 번째 원유 수입국인 나이지리아에서 최근 인종·정치분쟁으로 석유생산량이 40% 가량 줄어들었고, 하루 200만 배럴정도 수출하던 이라크의 원유수출도 중단되었다. 여기에 일본은 일부 핵발전소를 수리하고 있는 중이어서 원유를 대량 수입하고 있고, 미국의 원유 재고량은 1998년 이후 최저수준에 있어 원유가에 영향을 줄만한 부정적인 뉴스가 나올 경우 국제원유시장이 쉽게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고유가는 취약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것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당시 배럴당 23.7달러였던 유가는 1991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 직전에는 41.7달러까지 치솟았으며,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개시되면서 다시 급락하여 배럴당 20달러 초반으로 돌아간 적이 있다. 그런데 이처럼 비교적 단기간에 마무리된 당시의 유가 급등 사태도 1991년 미국경제의 마이너스 성장(-0.5%)으로 귀결된 바 있다. 물론 당시의 경기침체를 전적으로 유가상승에 기인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는 없지만, 역사적으로 세계경제 성장률은 유가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왔다. 

<그림 2>와 같이 이라크 전쟁 이후에 유가가 어느정도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 하락세가 이라크전의 후유증 등으로 인해 완만한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EIA)의 3월 발표에 따르면 올해 연평균 WTI 가격은 배럴당 33.6 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만약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그렇잖아도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부양책으로 경기침체의 폭 완화

전쟁으로 인한 심리 위축, 유가 상승 등으로 경제가 정상수준보다 크게 움추러들수록,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평소라면 아무리 경제가 침체상황이더라도 용인되기 어려운 정부지출 확대와 통화완화 정책이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에서는 용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정부지출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경기를 단기적으로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 전쟁으로 인한 재정지출 증가가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일부의 인식도 여기에 근거하고 있다. 과거 미국의 경험을 보면 전쟁시 전쟁비용 증가로 전쟁 전에 비해 정부부채 증가율이 크게 늘어나는 공통점이 있었다. 

2차 대전의 경우 전쟁 1년전 3.4% 증가에 머물던 미국의 정부부채 증가율이 전쟁중엔 평균 42.7%로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걸프전 당시에도 6.8%에서 10.8%로 4%p나 높아졌다. 특히 경제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2차 대전의 경우 국방비 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3.0%에 달했고 1944년에는 무려 43.1%를 기록하기도 했다. 걸프전 때에는 전비를 각국에서 분담한 데다 경제규모도 훨씬 커져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6.5%에 그쳐 과거에 비해 국방예산 증대에 따른 경기부양효과는 크게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이라크 전쟁의 경우는 경제성장에 대한 재정지출의 영향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3월 25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747억달러의 전쟁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 이 비용은 전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부분만 청구한 것이고, 대이라크 전쟁이 한달동안 지속되는 것을 가정한 비용이기 때문에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와 간접비용까지 고려하면 이라크 전쟁에 따른 재정 부담은 1천억 달러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전비 부담이 추가되면 올해 미국의 국방비 증가율은 당초 11.9%에서 30.6%로 크게 높아지고 GDP 대비 국방비 비중도 2002년의 4.3%에서 올해는 5%를 크게 상회할 전망이다.

여기에 추가적인 금리인하도 가세하고 있다. 걸프전 당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전 8.0%였던 연방기금 목표금리(Taget Federal Fund Rate)를 1991년 2월까지 6번에 걸쳐 1.75%p 인하해 6.25%로 낮췄다. 걸프전이 종료된 후에도 경기침체가 지속되자 1992년 9월까지 12번에 걸쳐 목표금리를 3.0%까지 추가인하 하였다. 최근 미국의 정책금리가 1.25%로 1940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FOMC에서 앞으로도 1∼2차례 정도 추가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시장에선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이라크 전쟁이 조기에 마무리되고 올 하반기부터 재정 및 통화정책의 효과가 나타난다면 오히려 빠른 회복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전쟁의 부정적인 효과는 최소한으로 억제하고 경기부양효과가 나타나는 전화위복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의 리먼브러더스社에 따르면 이라크전쟁이 미국의 의도대로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종료될 경우 재정정책 효과에 의해 0.5%p, 통화정책 효과에 의해 0.2∼0.5%p의 GDP 상승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면 장기전일 경우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은 유가 상승, 세계경기 침체 등으로 스테그플레이션의 심화를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금리상승의 부작용 우려

정부지출 급증은 종전 후엔 성장둔화, 실업급등, 그리고 물가상승 등의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이는 전쟁 당시 정부부문의 팽창으로 민간부문이 위축되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와 함께 전쟁기간중 재정적자로 인한 정부부채 때문이다. 

예를 들어 2차 대전 당시 경제성장률은 평균 11.3%를 기록했지만 민간소비는 3.6% 증가에 그쳤고 민간투자는 -2.1%로 오히려 감소하였다. 전시 재원조달을 위해 발행한 국채는 회사채 발행을 위축시켜 금리 상승, 투자감소로 이어졌다. 게다가 재정지출을 위한 자금이 해외로부터의 자본 유입을 통하여 공급되지 않는다면, 현재 부실화에 시달리고 있는 가계의 저축 증대가 유일한 원천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민간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게 된다. 또한 재정적자 확대 가능성 자체가 투자가들의 미국 채권에 대한 투자 리스크를 높이고 달러화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한편 국내저축의 확대를 통한 재정적자의 보전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 2분기에 -4.1%까지 떨어졌던 민간순저축률은 2002년 3분기 현재 0% 정도를 기록하고 있으나, 1980년 이후 연평균 저축률이 1.4%인 것을 감안하면 아직도 저축이 투자에 비해 많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향후 저축률 상승에 따라 민간부문의 지출이 둔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재정적자 보전의 필요성은 민간부문의 수요와 지출을 더 한층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단기전으로 끝나도 본격적인 경기회복 어려워

이상과 같이 과거 자료를 바탕으로 대규모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이번 이라크 전쟁은 경기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데다 고유가, 소비 및 투자 심리위축 등의 영향으로 경기둔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1, 2차 석유파동 당시와 같은 전세계적인 스테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수의 희망섞인 기대처럼 전쟁이 단기전으로 종결되고 유가도 연평균 배럴당 25달러(WTI 기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에는 단기적으로 경기가 반등할 여건도 함께 조성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등이 지속되면서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세계경기 둔화는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불확실성 때문만이 아니라 경제내적인 문제에 기인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일본은 장기간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독일 등 유럽의 주요국들은 작년 초부터 이미 경기불황상태에 있었다. 미국의 경우도 90년대 후반에 형성된 버블경제의 후유증 때문에 전쟁이 종결되더라도 소비와 기업투자가 크게 회복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경제도 북핵문제 등 지정학적 위험으로 인한 국가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외에 SK글로벌 분식회계 및 신용카드사 경영악화, 가계부채 문제 등의 대내적인 악재 출연 등으로 이라크 전쟁 이후에도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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