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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알제리 헌법개헌과 그 의의

알제리 이덕훈 한양대학교 유럽아프리카연구소 연구교수 2016/04/29

2월 7일 알제리 국회는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일부에서는 이번 개헌안을 통해 알제리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것이며, 권력의 분권화, 자유와 권리의 증진, 및 다양한 가치가 법에 의해 보장받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UN을 포함한 국제사회 역시 알제리 개헌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알제리의 개헌 사항이 인권 증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표했다.
위와 관련하여, 한양대학교 유럽아프리카 연구소의 이덕훈 연구교수에게 알제리 헌법 개헌과 그 의의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알제리에서 개헌이 이루어지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 2014년 4선에 성공한 알제리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Abdelaziz Bouteflika) 대통령은 집권당인 민족해방전선(FNL)과 군부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알제리에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헌법 개혁안을 발표(2014년 5월)했다. 헌법 개혁안 발표 당시, 알제리 정부는 “아랍의 봄에 따른 일련의 개혁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이번 개헌의 목적”이라고 언급했다. 당시 헌법 개정안에 대해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야당 측에 토론을 제의했지만, 야당은 헌법 개정안에 대한 것은 진정한 개혁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알제리 의회는 민족해방전선(FNL), 민족민주동맹(RND) 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총 517명 중 499명이 이번 개헌에 찬성했다. 이번 개헌은 대통령의 중임에 관한 규정이나, 정부 및 여당은 독립적인 선거관리위원회의 설치 등 알제리의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개헌은 공교롭게도, 78세의 고령인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고, 국제 유가의 하락으로 인해 알제리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시행된 것이다. 알제리 중앙은행은 2015년 석유 수입량은 2014년 수입의 절반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했고, 알제리 정부는 기본 식료품과 석유에 대한 보조금을 9% 삭감했다. 그러나 IMF의 권고로 보조금을 더 삭감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한 알제리 내 실업자의 70%가 30세 이하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상황 악화에 대한 알제리 국민의 불안함과 동요는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즉 표면적으로는 이번 개헌이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한 정부 여당의 노력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알제리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개헌은 야당이나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대로 알제리 정부여당의 권력이양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Q2. 이번에 바뀐 헌법 조항들은 무엇이며, 어떻게 바뀌었는가?


▲ 이번 개헌은 개정 조항이 74개이고, 새롭게 추가된 조항이 38개이다. 대통령의 임기와 관련한 조항(제74조)의 경우, 2008년 헌법에서 폐지되었던 연임 가능 조항을 다시 없애고, 중임만 가능한 것으로 개정했다. (2008년 이전 헌법에서는 대통령 임기를 중임에 한하고 있었지만,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자신의 3선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개정했다.) 그리고 중임에 관한 규정을 개정할 경우, 그 당시 대통령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2008년 헌법에는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할 때 어떠한 제한이 없었고, 이에 따라 총리는 단순히 대통령의 조력자나 대통령의 정치적 프로그램을 집행하는 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개헌으로 대통령은 의회 다수당에서 총리를 임명해야 하고, 장관을 임명하기 위해서는 총리와 협의해야 한다. 그리고 총리에게 행정명령과 규칙을 제정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한편 제73조는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자격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대통령 후보자는 무슬림이여야 하고, 다른 국적을 가진 적 없는 알제리 국민이어야 하며, 후보자가 되기 위해서는 10년간 알제리에 거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51조는 이중국적을 가진 자는 고위 공무원이 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즉 알제리 국민만이 고위공무원이 될 수 있는데, 이는 많은 수의 알제리-프랑스 이중국적자뿐만 아니라, 현 정부에 반대하는 자들을 포함해 알제리를 떠난 자들의 공무담임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외에도 개정된 헌법에서는 독립적인 선거관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규정해, 낮은 투표율과 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시비를 방지하고자 하고 있다. 또한 평화적 집회 및 시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에 대한 규정을 들고 있다. 지난 2002년 베르베르어를 국가어로 규정한데 이어, 이번 개헌으로 공용어로써의 지위를 인정했다(제3조). 그리고 이러한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베르베르언어원(Academy of the Amazigh language)을 신설하여 전문가들이 작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조 제B항).


Q3. 이번 헌법 개정에는 어떠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 알제리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알제리가 이번 개헌을 통해 국가 통합과 민주주의의 강화, 법의 지배가 확립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의회 다수당과 협의를 통해 총리를 임명하는 절차라든지, 독립적인 선거관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과 같은 내용은 내용 자체만으로는 기존의 헌법과 비교해 상당히 개혁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내용들이 실질적으로 정치, 사회적 개혁을 이끌어낼지, 표면적이고 단순한 문구의 변화일 뿐인지는 판단하기에 이르다. 왜냐하면 이번 개헌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과 야당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4년 대통령 선거에서 부테플리카 현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Ali Benflis 전 총리는 “이번 개정은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정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즉 이번 개헌은 민족해방전선(F NL)의 장기집권을 위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대통령 연임 제한에 관한 규정도 2008년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자신의 3선 도전을 위해 폐지하기 이전에 이미 존재했던 규정이다. 최근 알제리의 정치 상황을 볼 때, 대통령 연임 제한에 관한 규정이 앞으로 다시 폐지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최근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국가정보안보부(Department of Intelligence and Security, DRS)가 해체되어 3개의 기관으로 분리되었지만, 여전히 정부는 정부에 반대하는 자들을 억압하고 있고, 과거 정부가 언론의 자유에 대해 했던 약속 역시 지켜진 사례가 없다. 특히 헌법이 추상적 규범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실질적으로 이번 개헌이 알제리의 민주주의 확립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는 알 수 없지만, 필자는 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Q4. 이번 개헌에서 베르베르인의 지위 보장, 베르베르어의 공용화가 결정되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


▲ 알제리는 독립 이후부터 아랍·이슬람적 정체성을 유지하려 하였고, 아랍화 정책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베르베르 문화는 알제리 사회에서 배제될 수 에 없었다. 하지만 베르베르 운동은 지속되었고, 다문화 국가인 알제리를 상징하는 주요 요소가 되었다.
2002년 4월 알제리 정부는 베르베르(Berbèr)어 (타마지그트, Tamazight)를 국가어(national language)로 채택하는 등 내전 시기에 이슬람계 과격파에 의해 피해를 입은 베르베르인에 대한 포용 정책을 실시했다. 하지만 2002년 베르베르어를 국가어로 인정한다는 정책은, 베르베르어를 사용하는 지역의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정규 수업 과정에서 해당 언어로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의미 정도에 지나지 않았고, 실제 제도권 교육에서는 베르베르어를 가르치는 곳이 거의 없었다. 이후에도 베르베르어는 행정부나 그 사용문서에서 공용어(official language)로써의 지위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2014년 대통령 선거 당시 베르베르어를 공용어로 지정하겠다는 공약이 나왔고, 이번 개헌에서 베르베르어는 공용어로 채택되었다. 물론 알제리 헌법은 아랍어 역시 여전히 공용어로 규정하고 있다. 알제리에서 지난 40년간 변화에 비추어보았을 때 베르베르어의 지위는 분명 상당히 높아졌다. 하지만 이번 개헌이 과연 베르베르인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보장하기 위한 순수한 의도를 품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고령의 대통령은 현재 병세가 심각하고, 국가는 유가 하락으로 인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데, 이번 개헌에서 베르베르어를 공용어로 채택함으로써 국민 통합과 사회의 안정을 도모해 이러한 위기 상황을 미리 막기 위한 방편이라는 견해도 많다. 그리고 베르베르어에는 다수의 방언이 존재하는데, 어떠한 베르베르어를 공용어로 정할지에 대한 문제와, 베르베르어를 어떠한 문자로 표기할지에 대한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베르베르어를 공용화한다는 헌법 개정은 알제리 내 베르베르인들의 지위를 헌법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를 지닐 수는 있겠지만, 베르베르인과 그 문화의 지위에 대한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이는 향후 여러 정책의 변화를 통해서 개헌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Q5. 이번 개헌으로 알제리의 인권에 대한 보장은 향상되었다고 보는가?

▲ 이번 개정된 헌법 제38조는 학문의 자유에 대해 규정하고 있고, 제41조는 사전검열을 금지하고, 언론의 자유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의 자유는 국가의 법률이나 종교, 도덕, 문화적 가치에 의해 제한을 받도록 되어있고, 여전히 알제리 당국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등의 이유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또한 언론의 자유에 대한 보장은 언론 기관들에게만 한정되어 있고, 일반 국민에 대한 검열이나, 그들이 인터넷 등을 이용해 견해를 표현하는데 있어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있을 때의 형사상 처벌에 대해서는 보장하고 있지 않다. 또한 제41조는 평화적인 집회의 권리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알제리 국민이 법에 정해진 절차를 때를 때에만 그 권리를 보장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는 공공질서를 해치는 시위의 경우, 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집회라고 하더라도 처벌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종종 평화적으로 반대의견을 표현하는 집회를 억악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집회와 시위와 관련된 법률에 의하면, 집회를 위해서는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하며 사전 신청이 있을 경우에는 집회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알제리 관계 당국은 거의 모든 시위와 집회에 대해 금지해왔다. 따라서 헌법에는 평화적인 집회의 권리가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당국의 조치를 보면, 집회 신청하더라도 허가가 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다. 이번 개헌으로 언론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 등이 보장되고 있어, 특히 정부에 반대하는 자들이 견해를 표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제한적인 내용들도 함께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자유에 대한 지금까지의 알제리 당국의 대응을 고려하면, 개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인권 향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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