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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최근 브라질 대통령 탄핵사태: 경제적 문제인가? 정치적 문제인가? 혹은 제도적 문제인가?

브라질 최금좌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2016/06/09

라틴아메리카의 강대국인 브라질은 1822년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하여 왕정을 유지했으나, 1889년 공화국을 수립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127년 동안의 공화국체제 하에서 선거를 통해 정권이 바뀐 경우는 다섯 번 – 1950, 1955, 1960, 1985, 2002 – 에 불과했다. 그런데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마지막의 2002년 대선이다. 왜냐하면 이 때 노동자당(PT)의 룰라(Lula)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5년의 학력이 전부인 금속노동자 출신인 룰라는 브라질의 재민주화 - 정치체제가 군정(1964-1985)에서 민정(1986-현재)으로 바뀌면서 시작되었음 – 과정 속에서 선포된, 1988년 헌법에 기초한, 직접선거에서,  1989, 1994, 1998, 2002년 네 번의 도전 끝에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밑으로 부터의 혁명”을 완수했다.

이에 브라질 문학비평가인 안토니우 칸지두(Antônio Candido)는 ‘브라질 국민이 끼니를 걱정하지 않게 하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선거공약을 내걸은 룰라의 대통령 당선은 “브라질 정치와 사회 구원”이라 정의했고,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은 ‘신선한 충격이자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예고하는 21세기 경사’라고 표현했다. 이렇게 환호 속에서 탄생한 좌파정권이 집권 13년 만에 현직대통령인 호세피의 탄핵이라는 사태를 맞아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고 있는데, 그 원인을 아래와 같은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접근
필자는 위의 두 사건 - 2002년 대선에서 노동자당(PT)출신의 룰라(Lula)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과 최근 호세피 대통령의 탄핵 - 의 공통 원인으로 경제적 위기를 꼽고자 한다. 즉 1999년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실패로 인한 브라질 경제위기가 좌파가 들어설 수 있는 배경이 되었고, 또한 2008년 시작된 미국의 리만브라더스 사건으로 촉발된 세계경제위기가 오늘날 호세피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불씨로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다. 

1980년대 극심한 경제적 불안정 속에서 들어선 민정들은 경제안정화를 위해 일련의 경제개혁을 실시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런데 프랑쿠(Franco, 1992-1994) 정권하에서 재정부장관이었던 카르도주(Cardoso)가 민정의 일곱 번째 경제정책으로 1994년 7월 1일 ‘헤알 플랜’ (Plano Real)을 실시했다. 그것은 약 5,000%에 가까운 악성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데 성공하여, 그는 그 해 10월 치러지는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1995-1998, 1999-2002). 그의 정부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 금융부문 중심의 성장패턴과 이로 인한 산업성장률의 저하, 외국자본유입 보장을 위한 고이자 정책 – 을 적극 추진했는데, 그것은 단순한 국가개혁이 아니라, 브라질 현대사에서 가장 강력하고도 결정적인 변화 - 실업률증대, 소득분배 약화로 빈익빈부익부 현상의 극대화 - 를 초래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은 1990년대 브라질이 라틴아메리카 국가 중 외국자본에 가장 취약한 나라였음을 의미한다. 1990년대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20세기 중 가장 낮은 1.8%로 1945~1980년 사이 성장률의 1/3수준이었다. 카르도주 정부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무역수지 적자, 외채에 대한 이자지불(1,820억 달러 적자 초래) 및 외채증가(같은 기간 1,480억 달러에서 2,500억 달러로 증가)로 공공지출을 급격히 감소시켰는데, 그 중 가장 많이 감소시킨 부문이 교육이었다. 예를 들면, 초중등 교육투자는 1995년 총 세입의 20.3%에서 2000년 8%로 감소시켰고, 고등교육투자는 1995년 9.2%에서 2000년 4.2%로 감소시켰다. 하지만 외채에 대한 이자지불은 총 세입의 24%에서 55.1%로 오히려 증가시켰다. 더군다나 1999년 외환위기와 지속적인 헤알의 화폐가치 하락, 그리고 2001년 에너지 부족현상은, 당시 여당의 대선후보였던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의 주제 세하(José Serra)의 입지를 어렵게 했다.

그리고 대선이 있던 2002년 당시 세계경기는 1990년대 중반 시작된 러시아 위기, 아시아 위기, 브라질 국내위기, 아르헨티나 위기 등의 여파로 좋지 않았다. 외국투자자들은 좌파를 표방하는 노동자당 룰라의 집권 가능성에 브라질시장을 혼란 상태에 빠뜨렸다. 300억 달러의 채무상환, 200억 달러의 해외자본도피, 18~20%에 이르는 이자율은 브라질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의 재정적 파탄을 가져왔다. 브라질은 신자유주의 경제를 추구하던 아르헨티나가 붕괴되었던 똑같은 방법 - 2001년 12월 아르헨티나는 2,600억 달러가 넘은 공공분야의 국내 및 국제 공채에 대한 모라토리엄 선언 - 으로 침체되고 있었다. IMF의 300억 달러 차관으로 브라질은 파산을 면했지만, 화폐가치는 2002년 1월 한 달 만에 40%이상 평가절하 되었다. 경제침체로 경제성장률에 대한 예상은 0~1%에 불과했고, 브라질의 순공공채무는 총생산의 60%에 이르렀다. 이 기간 동안 150억 달러의 외국자본이 유입되었는데, 외화유출은 500억 달러에 달해, 수출을 위한 해외신용도는 하락했고, 매각할 수 있는 공기업도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위와 같은 이유로, 당시 유권자들에게 룰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지니 지수가 높은 극도로 양극화된 브라질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자신이 속한 노동자계층의 권익을 대변하며, 브라질 국민 모두의 요구를 충족시켜 “민주주의”를 완성시킬 수 있는 인물로 생각되어졌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를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노동자당 역시 산업성장을 통한 실업문제해결이라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노동계급뿐만 아니라 일부 기업가들의 지지까지 획득, 파산에 처한 신자유주의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킬 수 있었다.  

그렇다면 2016년 호세피의 탄핵정국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사건 역시, 좌파정권 12년 동안의 고속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의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국외적인 요인으로는 세계 경제위기의 여파로 세계 시장에서의 철광석, 석유, 대두 등의 1차 상품의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고, 국내적인 요인으로는 경기침체를 대비하지 못한 채 극빈층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비용 - 생활비 보조금 정책인 ‘볼사 파밀리아’(Bolsa Família)와 도시 저소득 노동자들을 위한 임대주택 정책 ‘미냐 까자 미냐 비다’(Minha Casa, Minha Vida) -이 증가한 것과 더불어 2014년 월드컵 대회 및 2016년 올림픽 대회 시설 확충으로 재정적자가 급작스럽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라질의 2년 연속 경제성장률 하락은 1930년 이후 85년 만에 처음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재 세계 2위의 부채국(3,220억 달러, 380조 원)인 브라질은 최근 불어난 재정적자로 그 규모가 지난 20년 동안 최고치에 달하고 있으며, 올해 국가부채 역시 GDP대비 7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올해 브라질 국내총생산(GDP)의 성장률을 –3%, 실업률을 8% (이것은 최근 6년 동안 최고치로 약 1200만  명),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9.5%로 예측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제상황은 2002년 대선 때 보다 훨씬 악화된 상황이다. 

그런데 노동자당의 연정 파트너인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의 대표 에두와르도 쿠냐(Eduardo Cunha)는 자신을 포함한 자신과 친한 의원들의 부패혐의를 감추기 위해 지난 3월 17일 호세피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그리고 야당의 최대정당인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은 경기침체 상황에서 치러진 2014년 대선에서 노동자당의 독주를 저지하고 정권을 되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 따라서 보수 야당들은 올해 초 브라질 화폐인 헤알화의 가치가 지난해 달러 대비 31% 하락하고, 물가상승률이 최근 13년 만에 최고치인 10.67%에 이르며, 경제성장률이 브라질이 마지막으로 성장을 보인 2014년 1/4분기 보다 8% 감소할 것이며, 1인당 총수입(GDP)은 2010년 최고점에 달한 액수 보다 2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하원과 상원에서 호세피 탄핵을 지지했다.

이 사건에 대해 일부 정치가들과 평론가들은 ‘기득권층의 정치적 쿠데타’ 혹은 ‘의회 쿠데타’로 정의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미국의 개입설이 힘을 받고 있다.


정치적 측면에서 접근
지금까지 브라질의 경제적 위기가 정권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거나 야당에게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면, 지금부터는 금번 브라질 대통령 탄핵의 정치적 배경을 살펴보고자 한다.
 
2014년 10월 대선은 우파들로부터 브라질 역사상 가장 “더러운” 선거 – 정당 간 정책대결 없이 오로지 승리를 위한 선거 - 로 평가받고 있는데, 호세피 대통령이 재선에 간발의 차이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회보장제도의 확대에 있다. 예를 들면, 그녀의 제1기 정부는 도시빈민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면서, 호세피의 재선을 염두에 두고 새로 들어갈 집에 가전제품을 살 수 있는 약 5,000달러에 해당하는 카드를 임대인들에게 지불했다. 그녀의 이러한 정책은 ‘기아퇴치’(Fome Zero)운동으로 시작한 룰라 정부의 사회보장제도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호세피 정부는 우선 입주자들로 하여금 나누어준 카드로 TV, 가스레인지,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을 들여놓도록 하고, 그것에 대한 지불은 향후 10년 동안 상황에 따라 정부에 천천히 갚도록 하는 정책을 폈다. 2014년 대선에서 그녀를 지지한 사람들을 지역별로 살펴볼 때, 브라질에서 가장 척박한 북부와 북동부였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그녀의 개인적 돈 관리는 상당히 깔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가 제1기 정부에서 내각의 고위 관료들을 이끌고 파리로 출장을 갔을 때 마침 그 기간에 그녀의 생일이 겹쳤을 때의 일이다. 그녀는 자신의 생일파티를 하기 위해서 장관들을 아주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 초대했다. 그리고 포도주를 곁들인 근사한 저녁을 먹으며 담소를 즐겼다. 그런데 식사 후 1인당 약 300달러에 달하는 저녁 값은 그녀 자신을 포함한 참석자들 모두 1/N로 지불했다고 한다. 그녀는 이와 같은 단정한 생활방식 때문에, 즉 그녀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부정한 돈을 따로 축재하거나 부정부패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2015년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와 관련한 대형부패 스캔들이 터졌을 때, 조금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제2기 정부 취임 직후부터 각종 악재들이 겹치면서 자신에 대한 지지율이 10% 이하로 떨어지자 그녀는 반대파들을 잠재우기 위해, 그리고 위기에 처한 자신의 대통령직을 구하기 위해 룰라 전 대통령이 남긴 유산을 포기했다. 그리고 지난 해 8월 보수적 경제전문가들과 함께 ‘브라질 아젠다’라는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2개월 후 브라질 선거관리위원회(TSE)인 2014년 대선 당시 그녀의 선거자금출처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고, 연방감사법원(TCU)는 호세피 정부가 지난 해 회계를 불법적으로 조작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사건은 1937년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의회가 2014년도 정부 회계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계 감사 담당자에 따르면, 호세피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를 고의적으로 축소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것은 위에서 설명한 과도한 퍼주기(?)가 마음에 걸렸을지도 모른다. 어째든 오늘날 우파 세력들은 이러한 행위가 1988년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탄핵의 근거가 되는 ‘책임 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TSE와 TCU절차는 의회의 지지 없이는 진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호세피 대통령과 현 브라질 의회 사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사이가 나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브라질은 9세 때부터 브라질에서 성장한 포르투갈의 왕자의 “죽음이 아니면 독립”이라는 선언으로, 1822년 남미 이웃국가들과는 달리 왕정(Empire)으로 독립했다. 이 때 즉위한 동 페드루 1세(D. Pedro I)는 1824년 브라질 의회를 설립하면서, 포르투갈 의회의 형태와 구조를 상당부분 유지시켰다. 그 결과 오늘날 브라질 의회 - 하원은 513명, 상원은 81명의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음 - 는 브라질 국민을 대표하여 일을 하지 않고, 자신과 같은 기득권층을 위한 권력유지를 본업으로 삼는 행태를 보여 왔다.

이러한 사실 앞에서, 1998년 대선후보였던 룰라는 “브라질 의회가 300명이 넘는 피카레타스(Picaretas, 나무로 된 망치의 머리 부분을 지칭하는데, 의회에서 안건을 자신의 이익에 따라 통과시키는 기회주의자나 강도 같은 의원들을 일컫는 은어)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비판 했는데, 그 역시 2002년 대통령 당선을 위해 그리고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며 과거 자신이 그토록 비판했던 의원들의 비위를 맞추기에 애썼다.

2014년 당선된 의원들의 특징은 “남성, 백인, 50대, 대학졸업, 기업총수, 1백만 헤알(약 3억 원) 이상의 자산 소유자”로서, 특히 하원의원들의 상당수가 언론사의 소유주로 알려졌다(Congresso em Foco). 2008년의 경우, 하원의원 271명이 직·간접적으로 언론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것은 명백한 헌법금지사항이다(donosdamidia.com.br). 


제도적 측면에서 접근 (1): 브라질 선거 시스템의 문제점
브라질의 정치 체제는 국민과 의원들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그것은 브라질의 행정구역 - 26개의 주와 1개의 연방자치구(브라질리아) - 의 인구수에 따라 하원의원 513명이 선출된다. 따라서 인구 50만 명 이하인 호라이마州에서는 최소 8명이, 인구 4,400만 명인 상파울루州에서는 최대 70명이 선출되고 있다. 그런데 상원의원의 경우, 주(州)별로 3명씩 81명(27x3)이 선출된다.

그런데 상원의원 선출방식은 특히 작은 州의 경우, 지방 유지들의 권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상원의원으로 선출된 지방의 유력인사들은 종종 정당에 압력을 가하고, 신인 정치인들의 유입을 막으며, 뚜렷한 정치적 이데올로기 대신 자신의 이익을 따라 당적을 쉽게 바꾸는 성향이 있는데, 이러한 행위는 2007년 개정법에 위배됨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다.  

브라질 정치체제의 또 다른 문제는 비례대표제인 투표방식인 오픈 리스트(Lista aberta)에 있다. 유권자는 1명의 후보자 또는 1개의 명부(1개의 정당 또는 정당연합)에 투표할 수 있는데, 특히 정당연합에 투표할 경우, 투표자의 의지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것은 각 명부가 가져가게 되는 의석수가 ‘기준수’(quocientes eleitorais, 후보자와 정당이 획득한 표를 의석수로 나눈 ‘선거 몫’)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특정 후보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표를 받으면, 그는 자신이 속한 명부에서 득표하지 못한 후보자들에게 자신의 남은 표를 나누어 줄 수도 있다. 2010년 선거에서 130만 표를 획득한 연예인 티리리카(Tiririca)가 자신이 속한 정당연합의 후보자들에게 표를 나누어 주어 하원에 24명을 입성시키기도 했다. 따라서 인지도가 높은 운동선수, 전직 경찰관,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종교지도자, 정치 명문가의 자녀들이 쉽게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은 유권자들의 교육수준이 낮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참고로 브라질에서 투표참여는 의무사항이다.

또 다른 문제는 브라질의 높은 선거비용이다. 정치후원금 제도가 부재하고, 기업들의 후원에 대한 감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주요 정당들은 불법으로 ‘제2의 계좌’를 은밀하게 운용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노동자당 역시 두 건의 비리 사건에 연루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2005년 ‘멜살렁’(mensalão, ‘큰 월급’이란 뜻) 사건과 2015년 페트로브라스와 관련된 ‘라바 자투’(Lava-Jato)라 불리는 세차장 비리 사건이다. 따라서 기업의 선거운동후원은 2015년 브라질 역사상 처음으로 전면 금지되었다.

또 다른 문제는 정당 설립을 위한 최소 인원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군소정당이 난립할 수 있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의회의 정당 수는 28개인데, 이는 2011년 보다 6개 정당이 더 늘어난 것이다. 노동자당도 다수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의석수가 69석에 불과하기 때문에, 비록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당선된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국가를 운영해 나가기 위해서는, 의회와 끊임없이 협상하여 의회 내에서 정치적 기반을 마련하고 그것을 유지해나가야 하는 고충이 따른다.


제도적 측면에서 접근 (2):
다당제와 연립대통령제(presidencialismo de colização)

브라질은 대통령중심제이다. 그런데 선거 때부터 “정당간의 연합” 혹은 “연정”을 허용하고 있다. 행정부는 헌법에 명시된 여러 가지 재원과 특권을 이용해 정당들이나 특정 의원들을 포섭할 수 있다. 즉 대통령은 장관을 임명하고 연방정부의 직책을 분배하며 법률 개정비용에 대해 자유 재량권을 가기지 때문에, 이 제도는 한편으로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편으로 올가미가 될 수 있다. 오늘날 호세피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바로 이 상황이다. 노동자당(PT)과 연정한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은 자신이 원하는 예산과 직책을 얻기 위해서 정부를 압박하고, 장관직을 독식하려 했다. 그리고 이에 만족하지 않고 모든 정부의 요직을 차지하려 했다.

그런데 호세피 대통령은 제2기 정부 초기 커다란 실수를 했다. 민주운동당의 당수인 에두아르도 쿠냐(Eduardo Cunha)가 의장직에 오르려는 것을 저지하려다가 오히려 많은 의원들을 자신의 적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의장직에 오른 쿠냐는 노동자 권리를 축소하고 형사 미성년자의 연령 기준을 16세로 낮추는 등, 극보수주의적 안건들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자신과 측근들의 선거운동을 후원해준 기업들의 편의를 봐주는 것을 물론, 건강 보험료의 공금횡령 의혹에 대한 조사위원회 구성을 반대했다. 그는 의회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소모임1)을 통해 자신의 세력을 구축해 나갔다. 그런데 2015년 12월 15일 경찰이 노동자당 관련 비리를 조사하기 위해서 민주운동당 당사 및 관련 인물들의 사무실을 급습하자, 즉각적으로 노동자당과의 연정탈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호세피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에 들어가, 올해 3월 17일 전체 표결에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그 자신이 비리사건과 연루된 것이 탄로 나자 하원의장직에서 물러났다. 

호세피 대통령은 의회로부터 외면당해 이미 직무가 정지되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노동자당을 전통적으로 지지하는 사회운동에 기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것은 그동안의 긴축정책과 극우세력과의 협력으로 ‘무토지 농민운동’(MST)이나 ‘무주택 도시빈민운동’(MTST)과 같은 사회운동으로부터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금번 사건을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은 노동자당의 룰라와 호세피 대통령이 이끈 13년의 통치 기간 동안, 두 대통령 모두가 개인적으로 부정축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지 최근의 부정부패 스캔들은 다수당과 연정을 허락한, 대통령중심제라는 브라질의 정치적 제도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어째든 이러한 제도를 통해 브라질은 자신의 500년 역사 동안 소수의 백인들이 다수의 흑인과 혼혈인들을 지배하는 식민통치체제를 21세기에도 유지하는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진 나라임이 드러났다. 즉 브라질은 무늬만 민주공화체제를 받아들인 나라인 것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주립대학교 정치사회연구소(UERJ-Iesp)의 파비아노 산토스(Fabiano Santos)와 같은 브라질 정치학자는 금번 사태에 대해 “브라질의 민주주의가 아직도 공고화되지 못한, 연약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탄했지만, 포르투갈의 사회학자 보아벤투라 데 소우자 산토스(Boaventura de Sousa Santos)와 같은 학자는 “이번 일로 브라질이 2016년 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체면을 잃었지만, 이러한 일은 민주주의의 과정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또한 금번 사태를 통해 브라질이 정치적으로 조금이나마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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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 이러한 소모임은 2007년 연방대법원이 ‘소속 정당 지지법’을 비준한 이후 대폭 줄어들었다. 오늘날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하는 라인은 종교지도자 라인, 노조 라인, 여성라인, 안보라인 이고,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한 활동을 하고 있는 라인은 교육기업 라인, 건강기업 라인, 교통기업 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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