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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호세프 대통령 탄핵과 향후 브라질 정책 전망

브라질 임소라 한국외국어대학교 포르투갈어과 교수 2016/09/20

8월 31일 브라질 상원에서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었다. 이에 따라 테메르 대통령 권한 대행이 호세프 대통령의 임기였던 2018년까지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위와 관련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포르투갈어과 임소라 교수와 호세프 대통령 탄핵과 향후 브라질 정책 전망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1.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된 배경은 무엇인가?
호세프 대통령 탄핵은 물가상승을 동반한 최악의 경기침체와 정치권의 부패에서 비롯된 것이다.
2014년 경제와 민생 위기 해소를 외치며 재집권에 성공하였지만, 외부적 요인 변동에 취약한 구조를 지닌 브라질 경제는 호세프 집권 2기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경제위기로 걷잡을 수 없는 불황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이로 인해 세수가 줄어들자 정부는 긴축 정책을 시행했고,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재정 적자 규모를 실제보다 축소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재원을 회계처리 절차 없이 정부 지출에 사용하면서 분식회계 혐의로 탄핵 논의가 시작되었다.
여기에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남아메리카 최대 공기업 페트로브라스(Petrobras)의 20억 달러(약 2조 2,030억 원) 규모 비자금 조성 의혹이 다시 불거진 데다, 집권 여당인 노동자당(PT)의 정신적 지주이자 브라질 헌정 사상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추앙받았던 룰라 전 대통령마저 이 비자금 수수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결국 국민들이 등을 돌리게 된 것이다.

 

Q2.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달라.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 절차는 2016년 4월 11일 브라질 하원 특위의 탄핵 의견서 채택과 함께 시작되어, 17일 브라질 하원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총 513석 중 367인)의 동의를 얻어 탄핵안이 가결되었다.
이후 하원을 통과한 탄핵안이 5월 12일 상원 전체 회의 표결을 통해 총 81석 중 과반수가 넘는 55인의 동의를 얻어 채택되면서 호세프 대통령은 180일간의 직무정지 상태에 놓이게 되었고, 이 기간 동안 대통령 권한 대행은 집권 연정에서 탈퇴한 중도 우파 브라질 민주운동당(PMDB) 소속의 미셰우 테메르(Michel Temer) 부통령이 맡아 수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연방대법원장이 주관하는 전체 회의 표결이 이루어진 8월 31일, 의결정족수의 3분의 2가 넘는 61인의 상원의원의 찬성으로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서 브라질 노동자당 정권은 14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되었다.

 

Q3. 호세프 전 대통령이 지지를 잃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
호세프 전 대통령은 2010년 페트로브라스 비리 의혹이 처음 제기된 당시부터 비리 스캔들의 핵으로 지목되어 왔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며, 미 국가안보국(NSA)의 도청 파문으로 페트로브라스 비리 의혹이 다시 불거진 2014년 대선에서도 중산층의 지지를 크게 잃긴 했지만 재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직후부터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은 호세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집권당의 도덕성을 문제 삼으며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브라질 검찰이 성역 없는 수사를 천명하며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호세프 대통령이 스캔들 축소를 위해 면책특권을 악용하여 룰라 전 대통령을 수석 장관으로 임명했고, 이 같은 무리수가 탄핵안 통과에 결정타를 가하게 된 것이다.

 

Q4. 브라질 정치사의 맥락에서 이번 탄핵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이 성사되면서 브라질은 24년 만에 최대의 정치적 혼란에 직면하고 있다.
또한 이로써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던 호세프 대통령은 지난 1992년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Fernando Collor de Melo, 현 상원의원) 대통령에 이어 브라질 역사상 두 번째로 탄핵당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현재 호세프 전 대통령 측은 상원의 탄핵안 가결에 반발하면서 대법원에 위헌소송 준비하고 있다. 과거에도 탄핵 후 위헌소송을 통해 뒤늦게 명예를 회복한 사례가 있다. 1992년 당시 콜로르 대통령 역시 경제정책 실패와 부패 스캔들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탄핵당했지만, 수년 후 브라질 대법원은 탄핵 사유에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결함으로써 콜로르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좌파 정권의 몰락과 함께 브라질에서는 14년 만에 보수당이 정권을 잡게 되었고, 노동자당은 1980년 창당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Q5. 향후 호세프 전 대통령은 어떤 행보를 취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호세프 전 대통령은 정치적 지지와 국민의 신뢰를 잃어 대통령궁을 떠나게 되었다. 탄핵 직후 연설에서 “이번 탄핵은 의회 쿠데타”라고 주장하며 정권을 되찾기 위한 행보에 나서겠다는 강한 뜻을 밝히긴 했지만, 브라질 헌법상 탄핵으로 실직하게 되면 8년간은 어떠한 공직 진출도 금지되기 때문에 호세프 대통령의 정계 복귀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브라질 상원이 이 같은 규정을 호세프 대통령에게 동일하게 적용할지 여부를 표결에 부칠 것으로 알려진 데다,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 행보가 본격화되면서 호세프 전 대통령이 노동자당과 브라질 공산당(PCdoB) 등 좌파정당 후보들의 지방선거 지원유세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향후 룰라 전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에 따라 예상보다 빠른 정계 복귀가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Q6.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 여론은 어떠한가?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서 벌어진 부패 스캔들로 호세프 전 대통령과 노동자당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싸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탄핵을 반대하는 상당수의 호세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탄핵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쿠데타라 비판한다. 이번 탄핵이 보수적 가치를 내건 우파의 로비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과반수 이상의 국민들이 호세프와 테메르 대통령의 동반 사퇴 후 조기 대선이 시행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테메르 대통령이 속한 브라질 민주운동당과 연정을 구성할 정당들은 우파가 선거로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여전히 대중적 인기가 높은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탄핵을 선택한 것이다.
현재 룰라 전 대통령은 테메르 정부의 복지 예산 삭감 등을 강하게 비판하는 한편, 노동자당 내부의 개혁을 촉구하며 이미 2018년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룰라 전 대통령이 다시 대선에 나오면 당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브라질 선거제도는 의무 투표이기 때문에 다수인 빈민층이 룰라와 노동자당을 지지하는 한 소수의 상류층이나 중산층이 지지하는 우파가 승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Q7. 테메르 신임 대통령은 호세프 전 대통령과 성향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대통령의 성향과 정책 기조 차이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달라.
빈곤층 지원과 국가의 균형 발전이라는 진보적 이념을 내세웠던 호세프 전 대통령과 달리, 테메르 신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시장 친화적인 개혁 추진 의지를 내비치며 경제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기대심리를 반영하듯, 호세프 대통령 탄핵 이후 금융시장은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고,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과 같은 일부 경제지표도 최저점을 통과하여 개선되는 신호를 보인다. 현재 브라질 최대 정당인 브라질 민주운동당을 이끄는 테메르 대통령은 레바논 출신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로 변호사 출신의 밀실 협상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Q8.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으로 브라질 정부의 정책에는 어떠한 변화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가?
테메르 정부는 향후 20년간 정부지출 증가율을 전년도 물가상승률 이하로 제한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고, 연금개혁안도 2016년 말까지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와 더불어 신규 유전에 대한 페트로브라스의 독점 개발권을 폐지하는 법안도 추진하는 등 재정 건전화와 투자증가를 위한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정치권의 부패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일련의 경제지표와 신정부의 정책 방향이 브라질의 거시경제 안정성의 개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여전히 실업률은 11%를 상회하고 있고, 브라질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로 인해 투자 여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본격적인 경기회복세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울러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한 신속한 개혁정책 시행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오는 10월 열릴 지방선거를 앞두고 테메르의 브라질 민주운동당 역시 연정을 구성하지 않고는 의회 과반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Q9. 새로운 정부 정책에 대한 브라질 정치인들과 국민의 반응은 어떠한가?
브라질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 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국민들은 새로운 정부 정책의 발표로 환율, 증시, 채권 시장 등이 일시적으로 안정될 수는 있지만, 브라질이 현 위기를 쉽게 벗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특히 퇴직연금 삭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테메르 정부의 복지 예산 삭감과 시장 친화적인 개혁 정책 추진에 대해 노동자당을 비롯한 야권과 서민층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테메르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어 10월 지방선거 판도를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Q10. 테메르 대통령의 정책이 성공적으로 실시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테메르 정부의 시장 친화적인 개혁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지만,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기본원칙을 생각한다면 그리 희망적인 상황은 아니다. 이는 무엇보다도 테메르 대통령이 브라질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메르 대통령 본인이 페트로브라스 비자금 연루 의혹을 받는 데다, 그가 이끄는 정당 소속 정치인들도 다수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상태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이보피(Ibope) 조사에서 60%가 넘는 응답자가 “테메르 대통령도 호세프 대통령과 함께 물러나야 한다.”며 조기 대선을 치를 시나리오에 찬성한 사실도 이와 같은 부정적인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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