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콜롬비아 시위 재발과 민주주의: 2021년의 시위와 그 정치 ·경제적 영향에 대한 고찰

콜롬비아 Felipe Botero Department of Political Science, Universidad de Los Andes Associate Professor/Chair Congreso Visible 2021/08/31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2019년 말, 콜롬비아는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몇 주에서 몇 달간 계속된 대규모 시위를 경험한 바 있다. 비록 참여자 수는 시간이 지나며 상당히 감소했지만, 동 시위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 및 외부활동 제한이 시작된 2020년 3월까지도 계속되었다. 이로부터 약 1년이 지난 2021년 4월, 콜롬비아에서는 다시금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전보다도 많은 수의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정부의 대응 또한 이전보다 가혹한 양상을 띠었으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취약해진 경제는 이번 시위 및 파업 으로 인해 다시 한번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필자는 이전 EMERiCs 기고문인 『콜롬비아 사회 불안과 민주주의(2020.04.20)』에서 2019년 당시 시위가 민주주의 후퇴의 현시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최근 시민들의 불만 표출을 2019년의 시위 사태와 비교하고, 2022년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하며, 이러한 시민들의 불만 심화가 어떻게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지 규명하고자 한다.

2019년 시위와 코로나19
2019년의 시위는 11월에 시작해 몇 달간 계속되었으나, 그 규모는 시간에 따라 점차 줄어들었다. 게다가 2020년 3월 중순 팬데믹으로 인한 국내 봉쇄 조치가 시행되며 시민들이 시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모두의 관심이 코로나19에 쏠린 와중에도 시위의 원인이 되었던 제반 문제들은 사라지지 않았고, 위정자들도 이러한 문제 해결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위 발생 직후 이반 두케(Iván Duque) 대통령은 모든 시민들이 자신의 필요와 우려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인 ‘국가적 대(大)토론(Great National Dialogue)’ 신설을 발표했으며, 정부도 시위 주동자들과 수 차례 접촉해 의견을 교환했지만, 정부측의 이러한 노력이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정부측 의견에 따르면 시위대측의 요구 중 약 20%는 실현가능성이 없으며, 65%는 이미 정부의 개발계획에 포함되어 있고, 나머지는 행정부 소관을 벗어나기에 의회가 다루어야 하는 사항들이다(Salazar Sierra, 2020). 하지만 이와 같은 정부의 반응은 마치 실질적 문제들은 감추어둔 채 그저 사람들이 시위를 초래한 원인들을 잊어버리기를 바라는 태도로 보였다.

2021년 시위 재발
하지만 콜롬비아 시민들은 잊지 않았다. 시민들의 불만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는 2020년 9월 보고타(Bogota)에서 한 시민이 경찰의 폭력적 연행 과정에서 입은 부상으로 사망한 사건으로 인해 촉발된 시위 사태이다. 시위대는 경찰서 및 경찰관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고, 시위 첫날 밤 경찰의 진압에 무력이 동원되면서 10명의 시민이 사망했다. 시위로 인해 발생한 부상자의 수는 총 500여명에 달하고, 이 중 절반은 경찰 인력이다. 동 시위는 미국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사건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촉발된 경찰폭력 반대 분위기에서 일어난 면도 있지만, 이전 2019년에 일어난 시위와의 연계성 또한 존재하며, 일례로 두 시위 모두 주동자 중 다수가 낮은 교육수준, 무직, 빈곤, 청년층이라는 특성을 공유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콜롬비아의 청년층은 일자리를 구하거나 대학에 들어가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청년실업률은 23.1% (González Penagos, 2020), 대학진학률은50%(Mora Cortés, 2016)이며, 대학 진학자들 중에서도 10%만이 저소득 계층 지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Rodríguez, 2018). 아래 <그림 1>은 청년층 중에서 학교도 다니지 않고 일자리도 가지지 않은 이들의 비율을 보여준다.

<그림 1> 학적과 직업 모두 가지지 않은 14~28세 청년 비율(2007~2021년)
* 자료: 콜롬비아 통계청, www.dane.gov.co



2021년 4월말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한 시위는 이전 2019년의 사례와 유사점 및 차이점을 모두 가진다. 먼저 2021년의 시위에서는 2019년처럼 정부가 세입 증대를 위해 의회에 제출한 세법 개혁안에 항의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쟁의에 나섰다. 동 개혁안은 고소득층보다도 중저소득층의 세 부담을 더욱 크게 높이기에 대다수 민중에게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시민의 반대에 부닥친 정부가 세법 개혁안을 철회한 후에도 시위는 계속되었으며, 시위 발발로부터 1주도 채 지나지 않아서 세법 개혁은 실패했고, 재무장관은 사임했다(Quesada, 2021). 국내의 거의 모든 주요 도시에서 시위 및 쟁의가 일어났으며, 정부는 2019년과 같이 경찰과 군대를 동원한 진압을 초기 전략으로 삼았다. 시위대 역시 마찬가지로 다수의 기물파손, 폭력 행사 및 경찰과의 충돌을 일으켰다. 

다만 양측 모두에서 높은 수준의 폭력성이 나타났다는 점은 2021년의 시위가 이전과 다른 점이다. 현재까지 시위로 인한 부상자는 2,100여명에 달하며(“El saldo del paro”, 2021), 이 중 시위대와 경찰/군병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비슷하다. 또한 안타깝게도 약 75명이 시위로 인해 목숨을 잃었으며, 이 중 44명의 경우 정부 측의 폭력 행사에 의한 것이라는 보도가 존재한다(“Reportan 75 asesinatos”, 2021).

일반 대중들도 정부에 대한 분노와 실망, 그리고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고의적인 경제적 피해를 야기했다. 시위대가 도로를 막아서면서 지역간 통로가 막히고 많은 도시에서 식량 부족이 초래되었으며, 다수의 산업에서도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졌다. 

정부가 시위에 대응해 실시한 조치들도 권위주의 정권에서 자주 사용되는 전술의 모습을 띠었다. 상기했듯 정부측은 시위대 진압에 무력을 동원해 다수의 사망자를 냈을 뿐 아니라, 법무장관 스스로가 84명의 행방불명에 정부가 관여되어 있음을 언급하기도 했고(Morales Sierra & Escobar, 2021), 인권기구들은 이 숫자가 700명에 달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정부 시위 와중에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고(“Internet disrupted”, 2021), 언론사와 SNS에서는 경찰과 동행한 이른바 자경단 소속 무장인력이 시위대에 발포한 사례가 다수 보도되었다.

UN 및 국제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 등 다수의 국제기구에서는 시위대에 대한 지나친 무력 사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미주인권위원회(IACHR, Inter-American Commission on Human Rights)는 콜롬비아에 특사단을 파견했으며, 보고서를 통해 심각한 인권 침해 사례들을 비난하고(Pozzebon, 2021) 콜롬비아 정부가 표현의 자유 보장 및 적법한 무력 사용에 관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OAS, 2021). 

향후 선거에의 영향 
콜롬비아의 사회적 불안은 다른 무엇보다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의 분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2020년 한 해 동안 국내 350만 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국민의 42.5%(약 2,100만 명)가 식량과 생필품 등 기본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최소 소득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빈곤 상태에 있으며, 15.1%(약750만 명)는 식량조차 제대로 구입할 수 없는 수준을 의미하는 극빈계층에 속한다(DANE, n.d.). 국내 빈곤율의 변동은 <그림2>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 금전적 빈곤/극빈층 비율(2012~2020년)
* 자료: 콜롬비아 통계청, www.dane.gov.co



콜롬비아 국내에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분열은 고된 현실과 싸워야 하는 일반 시민들과 정치 엘리트 사이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현 보수파 정부도 현금 지원 및 청년 대상 프로그램 등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다수의 조치를 시행하고 세법 개혁 개정안 및 경찰 개혁 관련 입법안을 마련하기는 했으나, 대통령과 의원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아 곧 선거철이 도래하게 된다.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 현재진행형인 사회불안, 그리고 선거운동이라는 굵직한 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남은 1년간의 바쁜 임기 내에 의회가 얼마나 큰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여러 야당들 또한 긴급 기본소득, 무상 대학교육, 중소기업 및 취직 기회 지원, 청년층의 정치 참여 보장, 경찰 개혁 등 시위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법안을 다수 제출했다. 하지만 야당들의 의석 점유율이 40%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수당들이 제출한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

대통령 및 의회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모두 선거 운동에서 민중이 제기한 문제점들을 다루려 할 것이며, 위에서 보았듯 현 대통령과 집권당, 야당 모두 시위대의 요구를 반영하는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어난 시위는 그 주체가 분산되어 상호 조율이 되어 있지 않았고, 노동조합, NGO, 특정 활동가 등이 시위를 주도하기는 했지만 몇 달에 걸쳐 전국에서 일어난 시위 모두를 포괄하는 조직이나 연합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정당들은 다양한 집단의 정책 선호를 반영해야 하고, 주제별 우선 순위 또한 판단해야 한다. 현재까지 의회에 제출된 법안을 살펴보면 보수 정당은 경제적 회복 및 성장과 안보를 중시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에 반해 진보 정당은 빈곤, 불평등, 특정 계층 소외 등과 같은 문제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다.

향후 경제 전망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면서 각종 기관들이 평가하는 콜롬비아의 국가신용도도 추락했는데(Jaramillo & Medina, 2021) 스탠다드앤푸어스(S&P)와 피치(Fitch)가 부여하는 신용도는BB+로, 캐나다 신용등급회사인DBRS가 평가하는 신용도는BBB로 낮아졌다. 콜롬비아는 지난 10년간 투자 유치에 유리한 신용등급을 받아왔으나, 이번 등급 하향 조정이 나타내는 국제 투자자들의 신뢰 하락으로 인해 향후 경제 전망이 복잡해졌다. 특히 S&P는 등급 하향의 이유로 콜롬비아 정부가 적절한 증세를 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는데, 만약 세율을 올려 세입을 늘릴 수 있었다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증대된 정부 지출로 인한 적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비록 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원인을 하나로 특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의미도 크지 않으나, 시위대와 정부 모두 그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상기했듯이 이번 시위사태에서는 2019년과는 다르게 도로 폐쇄나 파업 등 국가 경제에 의도적으로 악영향을 주기 위한 행동들이 나타났고, 정부 또한 시위를 촉발한 객관적 원인들을 등한시한 채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요구가 지닌 정당성을 깎아내리기에 급급했다.

비록 지금에 이르러서는 시위가 멈추었지만, 이로 인해 실제로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이웃나라 칠레의 경우 사회적 불안이 나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헌법을 마련하기 위한 제헌의회 선거가 실시되었으며, 시위에 참여한 다수의 조직들이 정치적 운동으로 그 형태를 바꾸어 제헌의회 대표 선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반면 콜롬비아의 일반 대중들이 거리에서 표출한 불만은 아직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제도의 급진적 변화가 아닌, 모두가 성공의 실질적 기회를 가지는 보다 정의로운 사회의 건설이다. 정당과 정치 엘리트들이 빈곤이나 불평등과 같이 시급한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미래에 시위가 또다시 발생해 사회 불안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