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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뉴노멀 시대 필리핀의 디지털화를 위한 제언

필리핀 Sherwin E. Ona De La Salle University Associate Professor 2022/07/04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디지털화 개념의 이해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세기적 사건은 그 심도와 범위 면에서 세계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다. 이를 지켜본 저명한 언론인이자 저술가인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각국의 경제 봉쇄와 엄격한 통제 조치로 인한 영향을 가리켜 대(大)마비(Great Paralysis)라 칭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사태가 기존의 관점과 인식에 대한 재고를 촉진함으로써 디지털화(Digitization)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대(大)리셋(Great Reset)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1). 대면접촉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목받은 디지털 기술은 개인과 집단의 근로·학습·관계 형성 방식에 변혁을 가져왔고, 내실 있는 사회 건설을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디지털화 전략이 필요함을 각국 정부에 일깨워 주기도 했다.

포용성과 변혁을 추구하는 경제 전략의 중추인 디지털화 개념은 ‘서비스 제공 방식의 신설 및 개선, 제품의 질 향상 등 특정 집단의 사업 모델을 변혁하는 과정에서의 디지털 기술 활용’으로 정의되며, 디지털 기술이 각국 사회와 경제 전반에 대한 변혁 또한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2). 디지털화의 주요 사례로는 팬데믹 발생 이후 온라인 쇼핑, 디지털 결제, 가상공간 업무의 확산을 들 수 있고, 신기술 활용에 기반한 디지털 혁신은 경제 활동의 연속성을 보장함과 동시에 사회적 응집력을 강화하는 기능도 수행했다. 이에 더해 원격 학습이나 원격 의료를 비롯한 변화는 각국에서 팬데믹으로 인해 나타나는 생산성 및 복지 수준의 저하를 막는 데 도움을 주고, 일부 필수적인 활동이 감염 우려 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디지털화가 만병통치약인 것은 아니며, 오히려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를 모두 가져오는 판 도라의 상자라고 기술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오늘날에는 디지털 공간의 확장에 따라 사이버 공격이나 악성 프로그램의 확산이 보안상 핵심 위협으로 부상했고,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허위 정보가 전파되는 사례도 다수 확인된 바 있다. 이러한 허위 정보는 주요 경제 주체에 대한 신뢰에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3)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면서 제도의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4) 생산 및 전파된다.

팬데믹으로 가시화된 필리핀 디지털 정책의 분야별 문제점
한편 자국 경제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는 필리핀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큰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팬데믹 대응의 허점으로 인해 필리핀의 2020년도 국내총생산(GDP)은 9.6%의 하락폭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2차대전 이래 가장 저조한 기록에 해당한다5). 또한 필리핀 경제개발청(National Economic Development Authority)은 소비 약화, 경제 봉쇄로 인한 생산성 저하, 투자 약세 문제가 겹치면서 향후 40년 동안 총 41조 필리핀 페소(한화 약 990조 원)에 달하는 장기적 GDP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았다6).

팬데믹이 필리핀에 가져온 피해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아시아개발은행(ADB, Asian Development Bank)의 연구에 따르면 2020년 3월을 기준으로 필리핀 소재 초소형 기업의 61.7%, 소형 기업의 49.1%, 중형 기업의 35.8%가 모든 영업을 중단하면서 수익이 전무한 상황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영업을 계속해 나간 중소기업도 수익이 상당 폭 감소하는 문제를 겪었는데, 팬데믹 이전에 비해 30% 이상의 수익 감소를 겪은 초소형·소형·중형 기업의 비율이 각각 26.5%, 40.8%, 41.0%에 달했다는 점이 이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영업 중단이나 활동 축소로 인한 중소기업의 손실은 필리핀이 경제 봉쇄를 유지한 기간 내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한편 또 다른 연구는 필리핀 공립학교 재학생의 인터넷 이용률이 55%, 공립학교의 인터넷 구비율은 26%에 그쳤다는 자료를 소개하면서 팬데믹으로 인한 교육 지속성 저하를 우려하고, 필리핀 청년들이 팬데믹 이후의 일자리 시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기술·직능 교육을 통한 역량계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중보건 분야에서는 통계자료 분석이나 병원 간 업무 조율이 적절히 수행되지 못했다는 점이 필리핀 보건부(Department of Health) 관계자도 인정한 대표적 문제점이었다. 당시 필리핀 주재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 대표직을 맡았던 라빈드라 아베야싱게(Rabindra Abeyasinghe) 박사는 필리핀이 팬데믹 극복에 필요한 데이터 관리·활용 능력을 충분히 보유하지 못한 점을 사태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와 같은 맥락 아래 필리핀 정부의 디지털화 정책이 겪고 있는 다양한 도전 요소들을 살펴보면 <표 1>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표 1> 팬데믹으로 인해 나타난 필리핀 디지털화 정책의 분야별 문제점
* 자료: 저자 작성


<표 1>에서 소개한 다양한 문제점으로 인해 과연 오늘날의 필리핀이 디지털화를 추진할 만한 준비가 되어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필리핀이 팬데믹 이후 등장한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먼저 디지털화라는 개념 자체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금번에 필리핀의 정권을 넘겨받는 차기 정부는 디지털화의 잠재력을 인지하고 일관성 및 실용성을 지닌 의제를 설정해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는 한편 각계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전략적 정책의 방향을 확립하면서 투자자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야만 한다. 따라서 필자는 필리핀의 디지털화 정책이 (1) 디지털 정부, (2) 교육과 중소기업 분야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포용성 확대, (3) 국가적 디지털 인프라 보호라는 세 가지 중점 구상에 진력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필리핀에 필요한 디지털화 구상에 대한 제안
우리가 코로나19 사태로부터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뉴노멀 시대의 주역이 바로 디지털 기술이라는 점이다. 인류는 이제 좋든 싫든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만 하며, 따라서 우리는 위에서 언급한 자카리아의 이른바 대(大)리셋을 통해 기존의 관점과 인식을 바꿈으로써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필리핀의 차기 행정부는 선제적 행동을 통해 필리핀의 생활 양식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에 관한 실용적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의 집중적 관심을 요하는 핵심 영역은 다음 <그림 1>에 나타나 있다.

<그림 1> 필자가 제안하는 필리핀 디지털화 구상의 중점 분야
* 자료: 저자 작성

상기 구상의 첫 번째 중점 분야는 디지털 정부, 즉 공공 부문의 디지털 전환이다. 먼저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기대치가 증가하면서 앞으로 서비스 접근성 향상, 효율성 및 투명성 제고 등이 필리핀 국민이 요구하는 중점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통해 정부 서비스의 접근성과 개방성을 보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디지털화는 정부의 정책 결정이나 중앙-지방정부 간 조율을 지원하는 데 쓰이는 정보를 수집하는 수단이 되어줄 수도 있으며, 그 대표적 사례로는 공중보건 위기 대응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 활용을 통해 전염병 감시와 관리 절차를 개선하는 일을 들 수 있다. 이외에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 주민들도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원격 의료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들도 이제는 기존의 전략적 인식을 재고해야만 할 때로, 이들이 추진하는 새로운 디지털화 전략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석, 핀테크 등 최신 분야에서의 기술 발전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시장 변화, 녹색 기술 도입, 수요 증대와 같은 신경향에 대응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이 필수적이기에, 앞으로 필리핀의 중소기업 부문에서도 이와 관련한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팬데믹으로 인해 교육 분야에 초래된 악영향은 필리핀이 이번 위기로 인해 겪은 가장 큰 피해라 할 수 있다. 필리핀에서 나타나는 광대역 인터넷 보급 미비, 인터넷 비용 과다, 저조한 디지털 문해율과 같은 현상이 교육 체계의 기존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필리핀의 차기 정부는 특히 공립학교를 중심으로 디지털 기술 도입을 통해 유연한 하이브리드식 학습 기회를 늘리고 해당 분야에 민간 투자 및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필리핀에서 상기한 혁신적 변화가 광범위하게 일어나게 되면 사생활 보호, 정보 보안, 포용성 보장과 같은 분야에서도 부족한 점이 더욱 크게 부각될 것이다. 따라서 필리핀의 디지털화 구상은 새로이 나타나는 변화가 실제로 공공 이익에 부합할 수 있도록 하는 신규 규제책을 확립할 필요가 있고,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데에는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 민간 부문의 역할 강화, 국가 간 협력에 대한 개방적 자세가 요구된다7).

결론: 필리핀의 성공적인 디지털화를 위한 중점 과제       
우리는 뉴노멀이라는 용어가 새로이 나타난 공중보건상 제약과 함께 살아가야만 한다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기존의 전통적 생활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이러한 제약이 가져오는 긍정적 기회를 잡는 데 사고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디지털화는 공공기관이 이전의 경직된 자판기식 서비스 제공에서 벗어나 시민의 필요에 초점을 두는 방향으로의 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필리핀의 지도자와 기관 차원에서도 공공 서비스 제공 전략에 이 사실을 반영하고 아래에서 소개하는 문제를 해결해 디지털화 구상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A) 디지털 장벽의 분쇄 
필리핀에서는 디지털 장벽의 분쇄라는 개념을 광대역 인터넷 보급률 향상이라는 단일 과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물론 필리핀의 광대역 인터넷 보급률이 저조하다는 점에서 이것이 완전히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등 기기 보급 부족과 저조한 디지털 문해율이 국내 일부 계층을 디지털 공간에서 배제하는 장벽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점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필리핀의 공교육과 중소기업 분야가 입은 타격에서 여실히 드러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는 학생들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급이나 중소기업 대상 대출 확대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필리핀의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는 일인데, 이 방향으로의 노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는 통신 산업에 대한 신규 사업자 진출을 허용하는 공공서비스법(Public Service Act) 법안을 꼽을 수 있다. 다만, 해당 법안을 시행함에 있어 이전까지 혜택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던 지역의 발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적절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B) 중앙-지방 관계 강화와 투자 기회 개방
한편 필리핀 중앙정부 소속 기관과 지방정부 사이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기존의 일방적 의존성에서 벗어나 능동적 파트너십과 지방 분권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예컨대 중앙집중식 자료 저장소 관리에 수반되는 불필요한 비용과 위험성 부담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각 지방정부에 자료 통제권을 부여하는 분산식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비롯한 인공지능 기술이나 데이터 분석법에 대한 수요 증가로도 이어지며, 민간 부문이 새로운 사업 모델을 고안하고 네트워크 통합성이 높은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도 추가로 제공해줄 수 있다.

C) 국가적 디지털 인프라 보호
필리핀 신정부는 모든 디지털화 전략의 필수적 구성요소라 할 수 있는 정보 보안 문제에 다양한 차원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먼저 국가안보의 측면에서는 각종 위협 및 이로부터 파생되는 영향에 대한 정치·경제·사회적 분석을 수행해야 하고, 이외에 적절한 보안 프로토콜과 기술을 활용해 국가에 필수적인 네트워크 체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측면도 존재한다. 해당 분야에서 필리핀은 상대적으로 좋은 시작점에 있는데, 개인 소유 정보에 대한 보호를 법제화한 개인정보보호법(Data Privacy Act), 그리고 디지털 수단을 활용해 저지르는 범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담은 사이버범죄법(Cybercrime Law)은 올바른 방향으로의 첫걸음을 내디딘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앞으로 더욱 복잡성을 더해가는 디지털 분야에서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종합적 사이버 방위 태세를 확립하려는 노력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진단한다.




* 각주
1) WEF, 2020
2) UNDP, 2019
3) Pfannestiel & Cook, 2020
4) Gamberini, 2020
5) Reuters, 2021
6) Bordey, 2021
7) UN-DESA, 202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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