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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중동의 화약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국 관계 격화 일로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EMERICs - -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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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오랜 갈등 속 분쟁 격화 


유구하게 이어진 양국 간 분쟁의 역사

1948년 이스라엘 독립 이후부터 이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국제연합(UN)이 제시한 영토 분할안을 거부한 아랍-팔레스타인 연합군이 이스라엘을 침공하면서 시작된 1차 중동전쟁은 아랍 연합군의 패배로 끝이났고 이스라엘은 독립할 수 있었다. 1956년 이스라엘이 티란 해협(Straits of Tiran) 확보를 위해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를 침공하면서 전쟁이 발발, 영국과 프랑스가 개입하며 제2차 중동 전쟁로 확대되었으나 9일만에 종료되었다. 1967년 발발한 3차 중동전쟁에서는 요르단이 관할하던 서안지역과 동예루살렘, 이집트가 관할하던 가자지구와 이집트 영토인 시나이반도를 점령했다. UN 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안 242호를 발표하고 이스라엘에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시나이반도에서의 철수를 촉구했으나, 이스라엘은 1978년 이집트와 캠프데이비드(Camp David) 협정을 체결하고 이집트와 정식 국교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시나이반도만 이집트에 반환하고 나머지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계속해서 주장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은 1990년대 급물살을 탔다. 이스라엘은 1987년 팔레스타인인들이 일으킨 대대적 봉기인 인티파다(Intifada)가 발생하자 부담을 느꼈고, 팔레스타인도 이스라엘을 인정하는 선에서 일단 국가를 수립하는 방안을 수용하면서 1994년 오슬로 평화협정이 체결되었다. 팔레스타인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자치정부를 수립하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인정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동예루살렘 영유권 문제,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 확대 문제 등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으면서 양측 분쟁은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이스라엘을 노골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팔레스타인의 반발에도 미대사관을 동예루살렘으로 옮겨 동예루살렘이 사실상 이스라엘의 관할 아래에 있음을 인정했고, 2020년에는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국교를 수립할 수 있도록 중재했다. 국제정세는 팔레스타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계는 2023년 1월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총리 정부가 출범하며 더 악화되었다. 팔레스타인에 대해 강경책을 주장하는 극우파 정치인들이 대거 포함된 이번 정부는 동예루살렘과 서안지구 전체에 대한 이스라엘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팔레스타인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스라엘, 서안지구(West Bank)에 수천 채 정착촌 건설 승인

네타냐후 정부의 극우파 정치인들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정책은 서안지구 내 정착촌 확대다. 대표적인 극우파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Itamar Ben-Gvir) 국가안보부 장관, 베잘렐 스모트리치(Bezalel Smotrich) 재무부 장관 등은 서안지구 내 정착촌 확대는 이스라엘의 고유한 권리라는 입장으로, 네타냐후 정부에 들어 불법적으로 건설된 정착촌을 승인하고 새로운 정착촌 건설 허가또한 확대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지난 3월 이스라엘 의회가 불법 정착촌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미국 국무부는 정착촌 확대가 평화 정착과 갈등 완화를 가로막는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스라엘 정부에 불법 정착촌 내 정착민을 귀환 시킬 것을 요구했다. 미국 국무부는 6월에도 정착촌 확대 행보를 우려하고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방해하는 일방적 행위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그러나 6월 정착촌 문제 관할 권한을 네타냐후 총리로부터 위임받은 스모트리치 장관은 정착촌 건설은 미국이 개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이스라엘의 주권과 관련된 사안이라며 미국의 우려와 반대에도 정착촌 건설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네타냐후 정부는 1월 출범한 이후 정착촌 7,000채 건설을 승인했으며, 6월에는 서안지구에 5,700채를 추가로 건설하기로 했다. 2023년 상반기 네타냐후 정부가 승인한 정착촌 규모는 총 1만 3,082채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전 최고 기록은 2020년 1만 2,159채였다. 


갈등의 중심, 서안지구 제닌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은 서안지구 제닌(Jenin)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 제닌은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의 근거지로서 갈등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기존의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인 하마스(Hamas)와 이슬람 지하드(Islamic Jihad)외에도 제닌 여단(Jenin Brigade)라는 신생 무장조직이 제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서안지구 내 정착촌 확대에 분개하고 이스라엘에 무력한 모습을 보이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실망한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제닌으로 집결하는 상황이다. 또한 제닌에는 난민 1만 4,000명이 머무르는 캠프가 있으며, 서안지구 19개 캠프 중 실업률과 빈곤율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서 무장조직의 잠재적 대원이 될 수 있는 불만을 품은 청년들이 많다. 제닌의 무장조직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빈번해짐에 따라 제닌은 무장저항의 성지가 되었고, 이는 팔레스타인 각지의 무장조직과 무장대원을 제닌으로 결집시켜 다시 갈등이 증폭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스라엘 군의 대규모 제닌 군사작전 전개와 후속 테러 발생

7월 3일 이스라엘군은 서안지구 제닌(Jenin)에서 20년 만에 최대 규모의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이 테러 조직을 소탕하기 위한 것이며 12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은 이번 작전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야만적 공격 행위라고 비판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비무장 민간인과 구급차, 의료 시설, 사회 기반 시설을 파괴하는 등 제닌의 생활 기반을 파괴했다. 제닌 지역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과 저항 의지가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한편 7월 4일 텔아비브에서는 팔레스타인인이 트럭을 몰고 인도로 질주하며 흉기를 휘둘러 이스라엘인 8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하마스는 해당 사건의 범인이 조직원이며, 이번 사건이 제닌 공격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정당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고조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 팔레스타인의 대대적 저항 발전 가능성 증대

2022년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1987년과 2000년에 이은 세 번째 인티파다, 즉 대대적 저항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2022년은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 발생한 해였으며, 2023년에만 이미 135명이 사망해 2022년 사망자 수와 비슷해졌다. 충돌이 계속되면 올해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인티파다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의 작전이 소규모로 특정 지역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서안지구 주요 도시에서 팔레스타인과 대대적으로 충돌했던 2002년의 대규모 작전과는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있다. 과거 인티파다를 주도했던 팔레스타인 지도부에 대한 지지도 크게 약화되어 대규모 봉기를 일으키고 유지시킬 조직적 동력도 약화되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인의 분노가 해소되지 않고 이스라엘 극우파 정권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책을 고수함에 따라 소규모 공격 및 정착민과 팔레스타인인 사이의 산발적인 충돌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 군, 제닌에서 철수..분쟁 격화 일단락

7월 5일 이스라엘군은 작전 종료를 선언하고 제닌에서 철수하며 서안지구 내의 분쟁이 격화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이번 작전에서 이스라엘군은 지하 무기고와 무기공장을 발견해 파괴하고 무기 1,000개를 압수했으며 용의자 3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제닌 인근의 군사 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테러리즘의 뿌리를 뽑을 것이며 이후에도 테러 공격이 이어지면 다시 제닌과 서안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이 서안지구에서 철수하는 7월 5일에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로켓포 공격이 발생해 이스라엘군이 보복 공습을 가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가자지구 지하 무기공장에서 로켓포를 제조해 테러 공격에 이용하고 있으며 테러 공격에 대한 보복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


과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중재를 담당한 미국, 이스라엘  강경 대처에 우려 표명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및 아랍 국가 사이의 분쟁을 중재하는 역할을 해왔다. 1979년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캠프데이비드(Camp David) 협정 체결에는 미국의 중재 역할이 있었으며, 1993년 ‘땅과 평화의 교환’이라는 원칙 아래에 체결된 오슬로 평화협정과 1994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립 과정에서도 미국은 중재 역할을 했다. 1997년 선출된 네타냐후 총리가 동예루살렘과 서안 지역에 정착촌을 건설하며 다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계가 악화되자, 미국과 요르단은 다시 중재에 나서 서안지구 일부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군, 팔레스타인 정치범 석방,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 국가 인정 등의 내용을 담은 와이리버(Wye River)협정이 체결되었다.

미국의 중재자로서 역할은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펼친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약화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여 팔레스타인의 반발을 야기했고, 2019년에는 반(反)이스라엘적, 친(親)팔레스타인적이라는 이유로 이스라엘과 함께 유네스코(UNESCO)에서 탈퇴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한 중동 내 이스라엘의 고립을 타파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의 평화 협정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 일부 완화되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팔레스타인 국가건설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해결한다는 두 국가 해결책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고,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 극우 정치세력의 부상과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강경책과 유대인 정착민이 자행하는 폭력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미국은 정착촌 확대에 대한 불만 표시로 7월 개최 예정이었던 네게브(Negev) 정상회담을 연기하고 서안지구에 위치한 과학 연구 시설에 대한 지원금 지급을 중단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중립적 중재 역할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약하다. 이번 제닌 작전에서도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을 비판하지 않고 테러 조직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할 권리를 존중한다는 성명을 냈다. 


중국,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중재 제안 

미국이 중립적 중재자로서 입지가 약화되자 중국이 새로운 행위자로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정상화 중재 경험을 발판삼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중재를 자처하고 나섰다. 6월 14일 마흐무드 압바스(Mahmoud Abbas)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난 것은 팔레스타인과 중국의 밀착 관계가 강화되었음을 상징한다.


압바스 수반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두 국가 해결책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며 중국이 갈등을 중재할 의지가 있음을 강조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와 중재 역할 자처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에 대응해 중동에서 자국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된다. 팔레스타인 또한 중국을 이스라엘과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강대국으로 인식함에 따라 양국 밀착이 강화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중국이 이스라엘 극우 강경파 정부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정책을 전환할 수 있을 정도로 압박할 영향력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이스라엘의 긴밀한 무역 상대국이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압도할 정도의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는 평가되지 않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대립과 달리 더 오래되고 양자 간 불신이 더 깊다는 점도 중재자로서 중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 조건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 정상화 촉구
미국과 이스라엘이 UAE와 바레인에 이어 국교 정상화를 추구하는 국가는 걸프 지역의 맹주는 사우디아라비아다. 파이살 빈 파르한(Faisal bin Farhan) 사우디 외무부 장관이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가 지역 이익에 부합한다고 발언하면서 사우디도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파이살 장관은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통해 팔레스타인 문제가 선결되어야만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 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우디는 또한 원자력 에너지 개발에 대한 미국의 지원과 안보 보장 등을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가 중요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6월 8일 리야드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스라엘-사우디 국교 수립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서 여전히 우선순위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6월 28일에도 블링컨 장관은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국교를 맺는 것이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언급하며 양국 관계 회복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와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이 사우디와의 관계 정상화를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하며 정착촌 확대가 이스라엘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의 제닌 작전 또한 미국의 노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사우디 또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비판한 상황에서 7월 9일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사우디와의 관계 정상화에 이르기까지는 먼 길을 가야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아브라함 협정 체결국, 경제적 실리 기반 이스라엘 옹호
이스라엘과 국교를 맺은 UAE, 바레인, 모로코 등은 제닌 사태로 난감한 입장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을 표면적으로 옹호할 수 없지만, 경제적 이익을 고려할 때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며, 팔레스타인과의 충돌이 세 국가와 이스라엘의 평화 협정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UAE와 바레인, 모로코 모두 제닌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고 모로코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에 항의해 6월 예정된 정상회담을 취소했지만 이 외에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세 국가가 이스라엘의 적대 행위를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펼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UAE는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판하는 대신 팔레스타인 재건을 위해 1,500만 달러(한화 약 190억 원)를 기부하는 우회책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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