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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수단 내전의 장기화, 이중정부와 동서 분할 구도

아프리카ㆍ중동 기타 이혜빈 EC21R&C 연구원 202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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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발발과 분열된 권력구조


군부 동맹의 붕괴와 2023년 내전 발발

2019년 수단의 두 군사 지도자는 공동의 적을 향해 손을 맞잡았다. 수단군(SAF: Sudanese Armed Forces) 총사령관 압델 파타흐 알부르한(Abdel Fattah al-Burhan)과 신속지원군(RSF: Rapid Support Forces) 사령관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Mohamed Hamdan Dagalo, 일명 '헤메티')는 30년간 집권한 오마르 알바시르(Omar al-Bashir) 정권을 축출하며 권력의 중심에 함께 올랐다. 그러나 알부르한이 국가원수 자리에 오른 이후 두 사람은 RSF 병력의 정규군 통합 시기와 지휘체계를 놓고 대립하기 시작했다. 독자적인 병력과 경제 기반을 보유한 RSF 입장에서 정규군 통합은 조직의 자율성과 영향력을 포기하는 문제와 직결돼 있었다.


2021년 두 세력은 다시 협력해 민간 과도정부를 전복하는 군사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러나 이후 민간 통치로의 전환 방식과 RSF의 제도적 지위를 둘러싼 갈등이 누적되면서 군부 동맹은 빠르게 약화됐다. 결국 2023년 4월 15일 수도 하르툼(Khartoum)에서 양측 간 무력충돌이 발생했고, 전투는 다르푸르(Darfur)와 코르도판(Kordofan) 등 전국으로 확산됐다.


내전 발발 이후 RSF는 전통적인 근거지인 서부 다르푸르 대부분을 장악했다. 반면 SAF는 2025년 3월 하르툼의 주요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회복한 뒤 동부·북부와 중부 지역에서 우위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현재 수단은 SAF가 장악한 동부·북부·중부와 RSF가 장악한 서부지역으로 사실상 분리됐으며, 양측 사이에 위치한 코르도판이 새로운 핵심 전선으로 부상했다.


수단군과 신속지원군을 둘러싼 외부 지원 구도
수단 내전은 단순한 국내 권력투쟁을 넘어 주변국과 중동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국제화된 내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SAF 측 지원국으로는 이집트,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이 거론된다. 특히 이집트는 수단군과의 오랜 군사·외교 관계를 바탕으로 SAF의 주요 후원국으로 평가된다.

RSF 측과 관련해서는 유엔 조사단과 미국 의회, 국제인권단체 등이 아랍에미리트(UAE: United Arab Emirates)가 인접국을 경유해 군사·재정적 지원을 제공한 정황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UAE는 RSF에 대한 지원 의혹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RSF의 주요 보급로로는 리비아와 차드 등을 경유하는 국경 네트워크가 지목된다.

이처럼 역내 국가들이 서로 다른 세력과 관계를 맺으면서 내전은 수단 국내의 군사적 대결을 넘어 지역 세력 간 경쟁과도 연결되고 있다. 이는 양측의 전쟁 수행 능력을 유지시키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중재와 휴전 합의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중정부와 경제체계의 분리

신속지원군의 평행정부 수립과 영토 분할
내전이 장기화하면서 수단은 단순한 교전 상태를 넘어 서로 다른 두 권력체계가 병존하는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RSF는 다르푸르와 일부 코르도판 지역을 장악한 데 이어 2025년부터 본격적인 평행정부* 수립에 착수했다. 2025년 2월 RSF는 복수의 정치세력 및 반군 집단과 함께 '타시스(Tasis)' 연합을 결성했다. 같은 해 5월에는 헌법에 해당하는 문서에 서명하고 의회와 내각 구성을 공식화했으며, 7월에는 RSF 수장 다갈로가 이끄는 대통령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모하메드 하산 알타이시(Mohamed Hassan al-Taishi)는 타시스 정부의 총리로 임명됐다.
* 평행정부: 기존 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 정치세력이나 무장세력이 자신이 통제하는 지역에 별도의 행정부·의회·사법기관 등을 구성해 운영하는 체제

타시스 정부는 남부 다르푸르의 니알라(Nyala)를 거점으로 지방 행정과 공무원 급여 지급 등 통치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SAF는 홍해 연안의 포트수단(Port Sudan)을 전시 행정 중심지로 삼아 국제적으로 승인된 정부를 운영하고 있다. 2025년 5월에는 카밀 이드리스(Kamil Idris)를 총리로 임명하고 이후 이른바 '희망 정부(Hope Government)' 내각 구성을 추진했다. 유엔과 아프리카연합(AU: African Union)은 타시스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까지 이를 공식 승인한 국가도 없다. 그러나 양측이 각각 영토와 행정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단의 권력구조는 이미 상당 부분 이원화됐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리비아와 유사한 장기적 이중정부 체제나, 그보다 더 복잡한 국가 파편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중앙은행·화폐·송금체계의 이원화
정치·군사적 분열은 경제체계의 분리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화폐 발행과 유통 문제는 양측의 권력 분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안으로 부상했다. 2024년 SAF가 이끄는 정부는 기존 수단 파운드(Sudanese Pound) 일부를 무효화하고 새로운 500파운드권과 1,000파운드권을 발행했다. RSF는 신권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RSF 통제지역에서는 현금 부족이 심화됐다. 화폐 교체가 사실상 상대 진영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전쟁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다.

그러나 2026년 5월 말 RSF 통제지역의 일부 공무원과 병사들이 수단 파운드로 급여를 지급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지폐는 사용되지 않은 신품에 가까운 상태였으며, 2022년 5월 날짜와 수단 전 중앙은행 총재 후세인 야히아 장골(Hussein Yahia Jangol)의 서명이 기재돼 있었다. 장골은 지폐가 유통되기 직전인 2026년 5월 21일 타시스 정부 측 중앙은행장으로 임명됐다. 다만 지폐가 실제로 어디에서 인쇄되고 공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수단 파운드 가치는 전쟁 전 달러당 600파운드 미만에서 2026년 6월 5,000파운드 이상으로 하락했다. 온라인 결제 앱 '반카크(Bankak)'는 전선을 넘어 양측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RSF 통제지역에서는 2026년 '퓨처뱅크(Future Bank)'라는 별도의 송금 서비스도 등장했다. 퓨처뱅크는 일부 공무원 급여 지급에 활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화폐와 금융망의 분리는 수단 내 경제체계의 이원화가 점차 고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아직 RSF 측 중앙은행이나 금융체계가 국제적으로 승인된 것은 아니지만, 자체적인 급여·현금·송금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은 정치적 분리가 경제적 분리로 확대되는 흐름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드론전으로 재편된 전쟁

지상전에서 장거리 드론전으로의 전환
수단 내전은 발발 초기의 지상전과 포격 중심 양상에서 벗어나, 드론이 핵심 전투수단으로 활용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무장충돌 위치·사건 데이터 프로젝트(ACLED: Armed Conflict Location & Event Data Project)에 따르면, SAF는 다수의 전선에 동시에 항공력을 투사할 수 있는 다변화된 드론 공급망을 구축했다. RSF 역시 초기의 단순한 배회형 탄약* 중심 운용에서 벗어나 장거리 타격이 가능한 전략 무인기를 확보했다.
* 배회형 탄약: 목표 지역 상공을 일정 시간 비행하다가 표적을 탐지하면 직접 충돌해 폭발하는 무인무기

드론전의 확대는 전쟁의 지리적 범위를 크게 넓혔다. 과거에는 지상군과 포병이 배치된 전선을 중심으로 전투가 이뤄졌지만, 현재는 공항과 군사기지, 발전소, 교량, 보급로 등 후방의 핵심시설도 원거리 공격에 노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선에서 떨어진 지역의 민간인과 기반시설도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ACLED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코르도판 지역에서는 민간인과 전투원을 포함해 최소 2,670명이 사망했다. 같은 기간 드론 관련 사망자는 전년 대비 600%, 드론 공격 횟수는 8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 5월 23일에는 SAF의 아킨지(Akinci) 드론*이 비행 중인 RSF의 아킨지 드론을 미사일로 요격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는 내전 발발 이후 두 번째로 확인된 드론 간 공중전으로, 양측이 동일한 튀르키예제 무인기를 서로 다른 중개 경로를 통해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 아킨지 드론: 튀르키예 방산업체 바이카르가 개발한 대형 고고도 장기체공 무인전투기

양측의 드론 전략과 외부 무기 공급망
SAF는 이란산 모하제르-6(Mohajer-6)와 아바빌-3(Ababil-3), 튀르키예·파키스탄계 YHIA-III, 튀르키예 바이락타르(Bayraktar) 계열 등 다양한 무인기 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RSF 거점과 보급로를 지속해서 공격하며 서부지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2026년 5월 한 달간 SAF는 총 70회의 공중·드론 공격을 실시했으며, 이 가운데 17회가 RSF의 다르푸르 거점인 니알라에 집중됐다. 이는 개전 이후 니알라에서 기록된 월간 최다 공격이다. SAF는 차드 국경 인근의 연료 수송망과 리비아 방면에서 이동하는 RSF 차량 행렬도 공격하며 서부 보급망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RSF 측에 대해서는 ACLED와 국제인권단체 등이 UAE와 연계된 공급망을 통해 중국산 무기가 리비아와 차드를 거쳐 전달된 정황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UAE는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ACLED는 2025년 중반부터 우크라이나·스페인·콜롬비아 출신 전문 인력이 RSF 부대에 배속돼 드론 운용에 관여한 것으로 분석했다. 예일대학교 인도주의연구소는 2026년 6월 니알라에서 RSF가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산 BZK-005형 무인기를 새롭게 확인했다.

최근 RSF의 드론 공격 횟수는 보급망 차질 등의 영향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대신 RSF는 제한된 자원을 활용해 공항과 발전소, 군사기지 등 고가치 목표를 선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2026년 5월에는 하르툼 공항을 포함해 수도권을 10차례 공격하고 SAF 방공 진지를 타격했다.

양측의 방공 능력에도 차이가 나타난다. 최근 1년간 SAF 방공망은 RSF 드론 공격의 약 13%를 요격한 반면, RSF가 SAF 드론을 요격한 비율은 약 2.3%에 그쳤다. 이러한 비대칭성은 SAF가 지속적인 공세를 유지하고, RSF는 공격 횟수를 줄이는 대신 핵심시설에 피해를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엘오베이드로 이동한 핵심 전선

동서 보급로를 잇는 전략도시 엘오베이드
2026년 6월 현재 수단 내전의 주요 전선은 북코르도판주의 주도 엘오베이드(El Obeid)로 이동하고 있다. 인구 약 50만 명의 이 도시는 수단 서부 다르푸르와 나일강 유역 및 수도 하르툼을 연결하는 주요 동서 교통로에 위치한다. 도시에는 대규모 공군기지와 육군 보병사단도 주둔하고 있어 군사·물류적 가치가 높다.

SAF는 엘오베이드와 나일강 유역을 연결하는 회랑을 방어함으로써 RSF의 동부 진출을 저지하고, 향후 다르푸르 방면으로 진격할 수 있는 기반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반대로 RSF가 엘오베이드를 장악하면 서부와 중부 전선을 연결하는 동시에 하르툼과 옴두르만(Omdurman)을 향한 드론 공격 거리를 단축할 수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26년 6월 20일 엘오베이드 주변에서 RSF의 대규모 병력 증강이 확인됐다며 잠재적인 지상 공세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과 영국 등도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잔혹행위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신속지원군의 공세와 대규모 민간인 피해 우려
RSF는 엘오베이드에 대한 본격적인 지상 공세에 앞서 드론을 활용해 주요 기반시설을 반복적으로 공격해 왔다. 전력시설과 주거지역, 시장, 교량 및 주요 보급로가 타격을 받으면서 식수와 식량, 연료, 의료서비스 부족도 심화되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Office of 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는 많은 민간인이 도시 안에 고립돼 있으며, 이동할 수 있는 주민들은 엘오베이드를 떠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주민들은 전력시설 파괴에 따른 단수로 식수 구매 비용이 크게 상승하는 등 일상생활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가장 큰 우려는 2025년 엘파셰르(El Fasher)에서 발생한 참상이 엘오베이드에서 재현될 가능성이다. 2025년 10월 RSF가 엘파셰르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사흘 동안 6,000명 이상이 살해된 것으로 보고됐다. 유엔 사실조사단은 당시 비아랍계 주민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집단학살의 특징을 보였다고 판단했다. 다만 엘오베이드 공세의 목적과 양상은 엘파셰르와 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엘파셰르에서는 민족적 배경을 겨냥한 폭력이 두드러졌던 반면, 엘오베이드는 동서 보급로와 군사시설을 장악하려는 전술적 목적이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도시가 포위되거나 함락될 경우 SAF 협력자로 지목된 주민에 대한 보복과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내전이 초래한 인도적 위기

기아·실향·질병이 중첩된 복합위기
수단 내전은 유엔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의 인도적 위기로 평가하는 복합 재난을 초래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United Nations Office for the Coordination of Humanitarian Affairs)의 2026년 수단 인도주의 수요·대응 계획에 따르면,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 인구는 전년보다 330만 명 증가한 3,37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규모다.

식량위기는 가장 긴박한 문제 가운데 하나다.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IPC: Integrated Food Security Phase Classification) 분석에 따르면 2026년 2월부터 5월까지 약 1,950만 명이 IPC* 3단계 이상의 심각한 급성 식량불안 상태에 놓였다. 이는 전체 인구의 약 41%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약 13만 5,000명은 가장 심각한 IPC 5단계인 '재앙' 상태에 놓였으며, 500만 명 이상은 IPC 4단계인 '긴급' 상태로 분류됐다. 북다르푸르와 남다르푸르, 남코르도판의 14개 지역에서는 전투가 확대되고 인도주의적 접근이 차단될 경우 기근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026년 5세 미만 아동 가운데 약 82만 5,000명은 극심한 급성 영양실조(SAM: Severe Acute Malnutrition)를 겪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보다 7%, 전쟁 이전인 2021~2023년 평균보다 25% 증가한 수치다.
* IPC 단계: 식량위기의 심각성을 1단계 '양호'부터 5단계 '재앙'까지 분류하는 국제 기준. 3단계부터는 생계가 무너지거나 심각한 식량 부족이 발생한 위기 상태로 봄

채텀하우스(Chatham House)는 2026년 2월 수단 내전으로 인한 국내외 강제이주민이 1,36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제시했다. 병원과 보건시설이 파괴되거나 운영을 중단한 지역에서는 뎅기열 등 감염병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지원은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26년 4월 중순 기준 유엔의 수단 인도주의 지원 요청액은 전체의 17%만 확보된 상태였다. 원조 부족으로 국제 구호기관의 사업이 축소됐으며, 지역사회가 운영하는 공동급식소 가운데 40% 이상이 재정 부족으로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

구금·고문·강제실종과 민족 기반 폭력
인도적 위기의 또 다른 축은 조직적인 민간인 탄압이다. 유엔 수단 독립국제사실조사단은 2026년 6월 SAF와 RSF 양측이 자의적 구금과 고문, 강제실종을 주민 통제수단으로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측 통제지역 사이를 이동하는 민간인은 검문소에서 상대 진영의 협력자로 의심받아 체포되거나 가혹행위를 당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언론인과 인권활동가, 정치인, 지역사회 지도자, 상인, 구호활동가 등도 표적이 되고 있다. 

RSF 통제지역에서는 구금된 사람의 가족에게 최대 2,500만 수단 파운드, 약 4만 달러의 석방금을 요구한 사례가 확인됐다. 2026년 5월 엘제나이나(El Geneina)에서는 구호활동가를 포함한 최소 70명이 RSF 군사정보부에 체포된 이후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SAF 통제지역에서도 RSF 협력 혐의를 받은 언론인과 변호사, 인권활동가 등이 구금됐으며, 감전과 구타, 성적 폭력 등 가혹행위가 보고됐다. 양측이 운영하는 구금시설은 과밀과 식수·의약품 부족, 비위생적 환경으로 수감자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민족적 배경을 겨냥한 폭력도 심각하다. 유엔 사실조사단은 2025년 10월 RSF의 엘파셰르 장악 과정에서 비아랍계 자그하와(Zaghawa)족과 푸르(Fur)족을 대상으로 집단학살에 해당하는 행위가 발생했으며, 해당 집단을 전체 또는 일부 파괴하려는 의도가 나타났다고 판단했다. 조사단은 민족을 기준으로 한 살해와 성폭력, 고문, 강제실종 등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한 전선이 코르도판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유사한 형태의 대규모 잔혹행위가 재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국가 분할과 장기전의 가능성

두 개의 수단으로 장기화되는 구도
수단의 분열은 아직 국제적으로 승인된 국가 분할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양측이 각각 영토와 행정조직, 재정·금융체계를 운영하면서 사실상의 분할은 장기화되고 있다. SAF는 포트수단을 중심으로 국제적으로 승인된 정부를 운영하며 하르툼을 포함한 동부·북부·중부 지역을 통제하고 있다. RSF는 다르푸르와 일부 코르도판을 장악하고 타시스 연합을 통해 자체적인 행정·금융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로이터 등은 RSF 평행정부가 아직 국제적 승인을 얻지 못했고 안정적인 행정 능력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제지역 내부에서도 민병대와 지역 무장세력이 난립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에 정치 분석가들은 수단의 미래가 단순히 두 정부로 나뉘는 리비아식 분할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무장집단이 각각의 지역을 지배하는 더 복잡한 파편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국제 중재의 한계와 향후 전망
수단 내전 종식을 위한 국제 중재는 여러 외교채널이 병존하면서도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미국·사우디아라비아·UAE·이집트가 참여하는 쿼드(Quad)와 아프리카연합·유엔·아랍연맹·유럽연합· 동아프리카정부간개발기구가 참여하는 퀸텟(Quintet)이 각각 중재를 추진하고 있으나, 참여국들의 이해관계와 우선순위가 서로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양측을 지원하는 것으로 거론되는 주변국들이 동시에 중재 과정에 참여하면서 중립성과 신뢰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채텀하우스(Chatham House)는 아프리카연합 역시 내부 입장 차이와 강제수단 부족으로 일관된 중재전략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026년 4월 베를린에서 제3차 국제 수단 회의가 개최됐으나, 이후에도 코르도판을 중심으로 교전이 이어지면서 단기간 내 휴전 가능성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전황 전망도 협상보다 장기전 쪽에 무게가 실린다. ACLED는 SAF가 드론 공세로 다르푸르의 RSF 거점과 보급망을 약화시킨 뒤 블루나일주의 전략적 국경도시 쿠르무크(Kurmuk)와 북다르푸르 방면에서 지상 공세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RSF는 공급망 압박과 내부 이탈에 직면한 가운데서도 다르푸르에서 방어 태세를 유지하는 한편, SAF 통제지역의 공항과 발전소 등 핵심시설을 선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종합하면 양측 모두 결정적인 승리를 거둘 역량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수단 내전은 단기간에 명확한 승자나 정치적 해결책이 등장하기보다, 동서 분할과 드론 중심의 저강도 소모전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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